[MLB] 명예의 전당 (26) - 레지 잭슨(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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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시즌 말에 시작된 잭슨의 슬럼프는 1971시즌 초반까지도 지속되었다. 그는 올스타에 선발되었지만, 이는 당초 선발되었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외야수 토니 올리바가 무릎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잭슨에게 슬럼프 탈출의 계기가 되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비거리가 15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은 조명탑이 없었다면 장외로 날아갔을 타구였다. 그리고 시즌 후반기에, 잭슨은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잭슨은 이 해에 32홈런을 기록하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놈 캐시와 함께 이 부문 리그 공동 2위에 올랐다. 또한 장타율과 득점에서도 각각 리그 5위에 올랐다.

애슬레틱스는 이 해에 신임 딕 윌리엄스 감독의 지휘 아래 101승을 올려,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의 패자(覇者)가 되었다. 이는 잭슨·샐 반도 등이 포함된 강타선과 바이더 블루·캣피시 헌터를 주축으로 한 선발진, 그리고 클로저 롤리 핑거스 등의 맹활약으로 인하여 가능했다.

애슬레틱스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막강 전력을 자랑하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3전 전패를 당했다. 잭슨은 3차전에서 두 개의 홈런을 날렸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장타 잭슨이 쌓아올릴 화려한 포스트 시즌 경력의 시작이었다.

1972년에 잭슨은 25홈런에 그쳐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으나, 홈런과 타점, 장타율 등의 랭킹에서 상위권을 지켰으며 풀타임 메이저 리거가 된 뒤 처음으로 삼진 부문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애슬레틱스는 서부 지구의 패권을 또다시 차지하였다.

애슬레틱스와 맞붙게 된 동부 지구 챔피언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5전 3선승제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5차전까지 이어졌고, 잭슨은 5차전 4회에 홈스틸로 결승 득점을 올려 팀의 월드 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결국 월드 시리즈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응원뿐이었다. 애슬레틱스는 잭슨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고 신시내티의 '빅 레드 머신'을 격파하여, 42년만에 야구계의 정상(頂上)에 섰다.

이듬해인 1973년, 잭슨은 드디어 당대 최고의 슬러거로 발돋움했다. 그는 32홈런과 117타점, 99득점과 .531의 장타율을 기록하여 이 모든 부문에서 리그 수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출루율 랭킹에서 6위에 올랐으며, 22도루를 기록하였다.

애슬레틱스는 서부 지구 챔피언 자리를 지켰고, 월드 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2년만에 다시 오리올스와 대결하여 설욕에 성공하였다. 월드 시리즈에서 만난 상대는 .5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과 내셔널 리그 12팀 중 11위에 해당하는 608득점을 기록하고도 리그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남긴 뉴욕 메츠였다.

애슬레틱스는 2승 3패의 열세에 놓인 상태로 6차전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6차전에서 잭슨은 메츠의 에이스 탐 시버를 상대로 2개의 2루타를 뽑아내어 2타점을 올렸고, 8회에는 단타를 치고 진루한 뒤 홈을 밟았다.

애슬레틱스는 잭슨의 맹타에 힘입어 6차전에서 3 대 1로 승리하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그리고 최종전에서, 잭슨과 유격수 버트 캄파네리스는 메츠의 투수 존 매틀랙에게서 3회에 각각 투런 홈런을 뽑아내었다. 애슬레틱스는 결국 다시 정상에 섰다.

잭슨은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하였고, 11월에는 BBWAA(미국 야구 기자 협회)의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리그 MVP에 뽑혔다. 이 1973시즌은 잭슨을 위해 준비된 시즌이었던 것이다.

잭슨은 1974시즌에도 애슬레틱스 타선의 핵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그는 이 해에 홈런과 장타율에서 모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딕 앨런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으며, 출루율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애슬레틱스는 이 해에 지구 3연패에 성공한 데에 이어, 또다시 오리올스를 물리치고 리그 정상에 섰다. 내셔널 리그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챔피언이 되어,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가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치러지게 되었다.

잭슨은 적지에서 열린 시리즈 1차전에서 2회에 다저스의 투수 앤디 메서스미스를 상대로 홈런을 날려 팀에 선제점을 안겼고, 애슬레틱스는 이 경기에서 3 대 2로 승리하였다. 기선을 제압한 애슬레틱스는 5차전만에 손쉽게 시리즈를 승리로 마감하여, 양키스 외의 팀으로는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4편에 계속)

※ 명예의 전당 홈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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