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민속품 전시장’ 연 5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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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속품 전시관을 운영 중인 김동수씨가 생활물품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떡판, 다듬잇돌, 두부틀, 독립군 태극기, 옛날 도덕책….

 울산시 동구 동부동에 사는 김동수(56)씨가 10여 년 모은 서민들의 생활물품이다.

 김씨가 이 물품들을 모으기 시작한 건 어린 시절 집에 두고 싶었던 ‘화로’를 우연히 TV에서 보면서다. 경남 밀양의 한 농가를 찾아 20만원을 주고 처음으로 화로를 구입하니 “야호~ “ 소리가 절로 나왔다. 김씨는 갖고 싶었던 옛 생활물품을 틈나는 대로 종이에 적으니 100여 가지가 넘었다. 대부분 어린 시절 동경하던 물건이었다.

 그는 이 물품들을 오래된 마을 쓰레기통에서 줍거나 전국 고물상을 돌면서 사들였다. 식당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털어 넣었다. 어느새 3000여 종 1만5000여 점이 모이자 4층 건물 지하 150㎡짜리 창고를 빌려 ‘민속품 전시장’을 최근 차렸다.

 한두 명 사람들이 찾아오더니 이젠 하루 10여 명이 찾는다. 전시장 벽면 전시대를 가득 채운 물품을 보고 관람객들은 놀란다. 입장료는 무료다.

 돈 한 푼 주는 사람 없지만 그는 하루 종일 이 물건들을 닦는다. 최근 연극용 소품이나 전시회 장식품으로 빌려 달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대여료는 주는 대로 받지만 남을 돕는 행사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

 김씨는 “모든 것이 풍족한 지금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생활물품들을 보면서 과소비에 젖은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뒤 작은 박물관을 짓는 게 꿈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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