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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11보(122~133)=‘패’라는 존재가 요부 같고 산적 같은데 거기에 생사가 걸린 난해한 수읽기가 겹치면 어떨까요. 실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싶은 난감한 존재가 되는 거지요. 먼저 수순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24로 한 집을 만들면 흑은 즉각 125로 파호하게 됩니다. 여기서 126으로 머리를 살짝 내밀게 되는데 물론 흑은 가차없이 127로 가로막습니다. 좌상의 패를 지는 바람에 백에 큰 집을 내준 흑은 이 대마를 절대 놔줄 수 없는 거지요.
살면 이기냐고요? 그건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죽으면 끝입니다. 무조건 살아야 합니다. 본시 절정 고수들 바둑에서 이렇게 생사를 건 대형 묘수풀이가 발생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 같이 고수인데 한 쪽은 산다고 하고 한 쪽은 죽는다 하면 어느 한 쪽은 수읽기가 틀린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게 이세돌 바둑의 전매특허지요. 그는 항시 힘든 길, 남이 안 된다는 길을 갑니다.
130의 젖힘수가 등장하고 흑이 131로 후퇴하면서 곧 죽을 것 같던 백 대마에도 살그머니 생명의 기운이 감돕니다. ‘참고도1’ 흑1로 끊어 즉결처분할 수 있다면 바둑은 끝입니다만 백2로 뻗는 수가 가시 같습니다. 이 수는 바로 ‘참고도2’ 백3, 5의 절단으로 이어지는데요. 백7에서 흑도 고달픈 싸움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131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요.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