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벤처메카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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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산업의 메카''라는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벤처기업이 밀집해있던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선릉역 사이 테헤란로 주변에는 올들어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면서 급속도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연초만해도 `www.벤처기업.com''과 같은 간판들이 한 빌딩에만도 4∼5개씩 붙어있어 테헤란밸리임을 누구나 한눈에 알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간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벤처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사무실 임대료도 급락하고 있다. 더욱이 벤처기업이 떠난뒤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텅 빈 상태로남아있는 사무실도 적지 않다.

포스코빌딩 건너편부터 선릉역까지 300여m 구간만해도 옥산빌딩, 신스타워,대종빌딩, 신일빌딩 등 건물 앞에 `사무실 임대''라고 적혀 있는 푯말들이 세워져있다.

옥산빌딩 지하 120평 사무실은 한별텔레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비어있다.

테헤란밸리부동산의 김덕진 사장은 29일 "현재 테헤란로 바로 옆 빌딩의 경우도월 450만원의 임대료만 주면 대부분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초 벤처붐이 일때는 월 임대료가 600만∼700만원을 호가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때 테헤란밸리내에 사무실을 구하려면 예약을 하고 몇달씩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사무실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새로 들어오려는 회사는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벤처기업들이 떠나면서 벤처기업인들끼리 모임을 갖거나 세미나, 제품발표회 등의 목적으로 애용됐던 `벤처카페''도 문을 닫거나 일반 카페로 형질이 변경되고 있다.

선릉역 주변에 위치했던 벤처카페 1호인 `벤처@소프라노 클럽''이 지난 5월 문을닫았으며, 인근의 `정보카페''도 설치해놓았던 PC 등을 치우고 일반 카페로 전환했다.

또한 밤을 새며 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벤처인들을 겨냥해 24시간 자장면, 우동등을 팔던 야식집도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으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닷컴'' , `넷'', `인터넷'' 등의 이름을 딴 룸살롱 등 술집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업계 관계자는 "잘 발달된 정보통신 인프라와 다른 업체와의 제휴 등의 장점이부각되면서 벤처기업들이 테헤란밸리로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와 교통난으로 인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밤에도 불꺼지지 않던 테헤란밸리가 이제는 밤이면 적막이 흐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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