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후보 이름도 모르는 교육감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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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엔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서울교육감은 주무르는 예산만 7조원이 넘고, 8만 명이 넘는 교사들의 인사권한을 쥐고 있으며, 학생들이 매일 체감하는 교육 현장을 좌지우지하는 책임 있는 자리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후보로 누가 거론되고 있는지조차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교육감 선거가 대선 열기에 가려진 탓에 관심을 받기 어려운 것일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감 선거의 폐쇄성에 있다. 5년 이상 교사나 교육공무원 같은 교육경력자, 2년 이상 정당 당원이 아닌 자와 같은 출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교육감 선거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교육계 인사들끼리 벌이는 교육계 내부의 세 싸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나마 출마 의사를 밝힌 몇몇 인사도 보수 진영과 친(親)전교조 진영으로 갈려 각자 지지 세력을 모으는 데 부심하고 있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입시 문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후보 매수 혐의로 수감 중인 곽노현 전 교육감을 놓고 같은 편이다, 아니다 하는 수준의 저열한 편가르기만 있을 뿐이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는 기구도 많아지면서 단일화 추진 기구부터 단일화해야 하는 게 보수 진영의 한심스러운 실태다.

 유권자들이 알고자 하는 건 교육감 후보자들의 이념이나 노선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산적한 교육 현안을 어떻게 풀 것인지 식견과 전문성이다. 중앙정부와 무턱대고 싸움만 벌여 정책 시행에 혼선을 주기보다 비판과 협조를 통해 교육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얻어낼 수 있는 지혜를 보여달라는 게 유권자들의 주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렵겠으나 능력 있는 사람이 교육감이 되는 길을 차단하는 현 교육감 선거는 개선돼야 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나 과거 교육감 임명제 등의 대안을 놓고 선거 후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