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이 가져올 재앙 생생하게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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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결국 우리나라처럼 강수량이 일년의 한 계절에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12개 댐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다.

한편 지난해 동강댐 건설계획을 백지화 한 후 힘을 얻은 환경단체들이 또 다시 댐건설 반대의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소리 잃은 강』은 댐 반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리랑카의 5개댐 마하웰리 계획으로 인해 긴꼬리 원숭이.코끼리 등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미국 컬럼비아강의 댐들이 강 상류로 회귀하는 연어들의 길을 막아 연어가 격감하며, 강이 없어지고 저수지의 연결로만 남게 되는 등 자연이 댐으로 인해 훼손되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또 과테말라 칙소이 댐 수몰지역 리오 네그루 마을 인디언 3백78명이 댐건설을 반대하다 학살당한 예는 댐으로 인한 이주가 얼마나 극한 상황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1975년 일어났던 중국 반차오댐과 셔만탄댐의 붕괴로 23만명이 사망했던 사고와 관련된 내용은 댐 붕괴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면서 과거 금강산댐으로 인해 불안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붕괴된 반챠오댐과 셔만탄댐의 저수량 합이 6억t인데 비해 북한의 금강산댐이 현재 9억t을 저수하고 있으며 최종 완공시 26억t 규모라는 점이 섬뜩하게 비교된다.

한편 이 책에서 예로 제시되는 댐들은 태국.남미.인도 등 비교적 강우량이 고르고 지형이 평탄한 지역들에 건설된 것들이어서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고 지형의 경사가 심한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의문이 생긴다.

특히 댐으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의 제시없이 일관되게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열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의 의견을 바꿀 만한 설득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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