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능력없는 백인센터의 안식처, 뉴저지 네츠

중앙일보

입력

7월 19일(한국시간)부터 FA들의 계약이 시작되었다. 거물급 선수들인 크리스 웨버, 마이클 핀리등이 팀과 재계약을 했고, 유잉, 그랜트 같은 왕년의 스타들은 올랜도에서 새 보금자리를 갖게되었다.

그런데 이런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이 각 팀과 계약을 하는동안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의 계약이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백업센터 토드 맥쿨록이 6년간 3,375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뉴저지 네츠와 계약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맥쿨록이 백인치고는 좋은 사이즈와 강한 몸싸움을 즐기는 센터이고, 필라델피아에서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백업센터로서의 견실한 능력을 내비춘 것뿐,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그에게 연평균 500만이 넘는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한 것은 위험한 모험이다.

네츠는 최근들어 이상하게도 백인센터들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에릭 몬트로스나 조지 무레산 같은 선수들은 뭐 1,2년 정도 써먹다가 딴 팀으로 이적하곤 했지만 짐 맥일베인에서부터 시작된 백인센터들의 무더기 장기계약은 이번 맥쿨록과의 계약까지 해서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가고만 있다. 다음을 보자.

1. 짐 맥일베인

99년 시애틀로부터 영입, 연평균 500만 달러를 받고 있으며 2003년까지 계약되어 있음. 특기사항으로는 뉴저지에서의 3년동안 평균 2.5득점을 넘어본 적이 없음.

2. 제이미 파익

제이슨 윌리엄스의 부상시 10일간 마이너계약, 그의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에 반한 나머지 무려 2005년까지 계약함, 연평균 210만 달러, 특기사항 : 203cm의 단신이지만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리바운드 능력 뛰어남, 그러나 그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오픈 점프슛 정도밖에 없음

3. 애런 윌리엄스

선수옵션 포함 2005년까지 계약됨, 올시즌 10.2득점 7.2리바운드로 인사이드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냄.

4. 에반 에쉬마이어

99-00시즌 루키로서 올시즌 51경기를 스타팅으로 뛰면서 팀의 기대를 받음, 다음시즌을 끝으로 계약만료

이외에도 현재 뉴저지는 루키 에디 그리핀을 휴스턴으로 보내면서 데려온 제이슨 콜린스(흑인)도 2005년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센터진은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 장기계약 선수들 중에서 센터진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선수는 한명도 없다.

그렇다면 뉴저지로서는 확실한 센터를 데려오지 못할 바에야 저 선수들을 물량공세로 돌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맥일베인의 블록샷, 파익의 리바운드, 윌리엄스의 스피드와 득점력, 에쉬마이어의 피딩능력 등 하나같이 특징은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풀타임 주전으로 뛰어보지도 못한 맥쿨록에게 6년간 장기계약을 맺으며 또 다른 모험을 시도한 것은 자칫하다간 고만고만한 센터진의 쪽수를 늘리는 경우 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저들중 제대로 뛸 선수는 2명정도 밖에 안될텐데, 나머지는 벤치에 두면서 돈이나 주겠다는 생각인가?

지금 맥쿨록의 영입은 99년 짐 맥일베인을 데려올때의 상황과도 흡사하다. 당시 차세대 강팀으로 주목을 받았던 네츠로서는 할 줄 아는건 블록샷과 덩크 밖에 없지만, 시애틀 소속으로 NBA 화이널 경험을 갖춘 맥일베인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미 시애틀과 평균 5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해둔 선수를 단지 PO경험만 믿고 데려왔다는 것은 큰 출혈이 아닐수 없었다.

물론 맥쿨록의 경우는 그의 화이널 경험보다는 가능성을 더 높게 봤겠지만, 1년계약후 성과를 봐서 장기계약을 제시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1년짜리 계약을 맥쿨록이 거부한다고 해도 이미 센터 포화상태에 있는 네츠가 뭐가 그리 아쉽겠는가?

맥쿨록의 영입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지난시즌 네츠의 인사이드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애런 윌리엄스, 그가 바로 선수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현재 네츠로서는 센터들중 가장 놓치기 싫은 선수가 애런 윌리엄스일 것이다. 하지만, 맥쿨록의 영입으로 자칫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윌리엄스가 굳이 옵션을 행사해가면서 까지 팀에 남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벤치워머 신세의 선수들은 돈만 받아먹고, 정작 필요한 윌리엄스 같은 선수는 팀을 떠날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팀의 에이스 스테판 마베리를 선즈로 보내고, 제이슨 키드를 영입하면서 팀의 재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뉴저지 네츠.

그러나 짐 맥일베인에서부터 이어져 온 능력없는 백인센터들과의 무리한 장기계약은 샐러리캡만 잡아먹는 꼴이되어 결과적으로는 팀의 쇄신에 걸림돌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이런 식의 장기계약이 계속될 경우 뉴저지 네츠는 계속 센터사이즈만 갖춘 백인들의 안식처로 인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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