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전북 최만희 감독 아쉬운 퇴장

중앙일보

입력

"경영자의 입장에서 해임한 것을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인다. "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령탑 자리에서 해임된 전북 현대의 최만희 감독은 전화 통화에서 "구단은 이윤을 추구하게 마련" 이라며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나는 잘못이 없다. 선수들이나 협회 혹은 구단이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결과가 나빴다" "언론이 괴롭혔다" 는 등 회피성 발언을 했던 일부 감독들과는 달랐다.

그의 해임을 보며 어떤 지도자가 축구 발전에 필요한 지도자인지 곰곰 생각해 봤다. 그는 무명 선수 출신으로 축구 지도자들의 꿈인 프로팀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항상 축구계에서 무명이라는 차가운 시선에 맞서 싸웠다.

"화려한 스타 출신 지도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다. 또 한 박자 빠른 정보와 지도 방법을 선택했다. "

그는 지난 23년간 남강고.풍생고.숭실대.울산대.울산 현대.전북 현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스타 선수 출신이 곧 우수한 지도자' 라는 그릇된 문화가 지배하는 축구계에서 그는 언더그라운드의 지도자들에게는 '희망이자 꿈' 이었다. 따라서 그의 시즌 중도 퇴진은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지도자들에게 아픔을 줬다.

그는 많은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는 결코 우연히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늘 책을 가까이 했고 학업의 열정은 지난 2월 중앙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는 진기록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 지도자 교과 과정에 관한 모형 개발' 이라는 논문은 게으른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서 국민에게 아픔과 실망을 안길 때마다 늘 지적됐던 점이 지도자의 한계였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판도 과거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키 감독, 일본 대표팀의 트루시에 감독, 한국팀의 히딩크 감독처럼 현역 시절은 무명이었지만 지도자로서는 노력의 대가인 성적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돼야 한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감독으로서 자국의 최고 리그인 프로정규리그에서 우승, 명성을 쌓았다는 점이다. 명성은 부와 명예를 안겼고 이는 다른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도전 의식을 일깨워주는 결과로 연결돼 공부하는 지도자, 노력하는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최감독의 해임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을 갖는 것은 부진한 성적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아쉬웠다는 점이다. 전북의 부진은 지난해 FA컵 우승 직후 예견됐다. 대회 MVP 선정에 대한 갈등, 이어 터진 감독에 대한 불신임 등은 최감독과 선수들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축구계의 말많은 '참새족' (일부 축구인들은 특정 대학의 커넥션이라고 주장한다)들의 흔들기도 최감독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

최감독은 당분간 유럽과 남미로 가서 재충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력하는 지도자, 그의 상큼한 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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