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 '결혼직후 임신' 회사에 알렸다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정회)는 결혼과 임신을 이유로 부당한 무급휴가·휴직명령을 내린 혐의로 청년변호사협회(이하 청변)가 A법무법인 임모(47) 대표변호사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청변에 따르면 이 법무법인 소속의 황모(31·여) 변호사는 지난 3월 결혼과 6월 임신 사실을 알린 직후 각 한 차례씩 유례없는 업무실사를 당했다. 2차 업무실사 실시 후 12일 만에 일방적으로 휴직명령을 통보받았다. 황 변호사는 근무를 계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A법무법인은 이를 거부하고 무급휴직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변 측은 고발장에서 “이런 휴직명령은 근로기준법과 고용평등법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 차별을 할 수 없으며,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황 변호사 역시 “혼인·임신을 이유로 휴직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휴직기간 동안의 임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A법무법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휴직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A법무법인 측은 “단순히 결혼·임신 때문에 휴직을 명령한 게 아니라 다른 근로 상황이나 성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변을 비롯한 일부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의 남녀 차별은 황 변호사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전체 여성 변호사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 변호사 360명을 상대로 실시한 고용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가 ‘일정 기간 출산하지 말 것을 권고받았다’고 답했다. 출산한 여성 변호사의 34%는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으며, 석 달의 휴가 기간을 다 쓰지 못한 비율도 25%나 됐다. 또 28%는 임신 기간 중 직업 스트레스로 임신 합병증·불임·유산 및 조산의 위험을 겪었다. 34%는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출산휴가 중 동일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