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투자기업 경영참여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벤처캐피털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껏 ''경영간섭''으로 비쳐질까 여론의 눈치를 보던 벤처캐피털들은 벤처산업 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더이상 일부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와수익모델 부재를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본격화되는 경영참여 : KTB네트워크는 지난달 투자업체인 ㈜두리닷컴의 경영진 3명을 형사고발하고 임원 개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두리닷컴 경영진들이 KTB네트워크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회사자금으로 쓰지 않고 개인적인 용도로 빌린 사채 상환에 사용했기 때문. 이 사건을 계기로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감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KTB네트워크는 투자기업들이 분기별로 공인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제무제표를 제출케 할 방침이다.

KTB네트워크의 권오용 상무는 "본래의 사업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투자기업은 투자계획을 취소하거나 인수합병(M&A)시킨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며"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일단 시정조치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법적대응에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술투자[19550](KTIC)는 최근 투자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의 대표이사가 잘못된 보증으로 주주들의 비난을 받자 주주총회에서 그를 해임하고 공채를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KTIC의 서정기 팀장은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요건에서 경영투명성이 중요한기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벤처캐피털의 경영감시와 참여는 당연한 흐름 아니냐"는입장이다.

올들어 투자업체 50여개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인 무한기술투자는 한 투자업체의대표가 회사자금을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을 발견, 즉시 시정조치를 내렸다.

무한기술투자는 회사 대표가 경영 초기에 저지른 잘못이라 법적대응을 하지는않았다며 투자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과 함께 경영투명성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IMM창업투자는 지난 3월 투자기업인 인터넷TV네트웍스의 수익성 악화를이유로 대주주인 미국 투자회사와 함께 이 회사의 경영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 ''경영간섭'' 시각 곤란 :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벤처업계 안팎에서는 부당한경영간섭은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벤처캐피털의 경영참여 자체를 문제삼는 시각은더이상 곤란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고정민 연구원은 "벤처기업의 소유권은 창업자뿐만 아니라 일반주주와 기관투자가에게도 있다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전문적인 경영인프라를 갖춘 벤처캐피털의 자문과 감시는 투자기업의 계속적인 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밝혔다.

벤처기업협회의 오완진 과장은 "미국에서도 투자지분을 가진 연기금이나 벤처캐피털의 경영참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며 "다만 부당한 경영간섭이나 경영권 탈취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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