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우리은행 주식 좀 사세요"

중앙일보

입력

이제는 주가(株價)를 끌어올릴 차례-.

대구은행이 이달 들어 자사의 주가 부추기기에 팔을 걷었다.

잇따라 기업설명회 등을 마련하는가 하면 서울의 기관투자가·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접촉하기 위한 관련 임직원의 출장도 잦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IR(Investment Relation,투자자 대상의 기업홍보)활동을 중단한 지방은행 가운데는 유일하게 잰 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

김극년 행장도 올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에서 대구은행의 가치가 너무 낮게 매겨졌다”며 주위에 투자를 권유하곤 했다.

대구은행 이중호 전략기획팀장은 “공적자금을 한푼도 지원받지 않고 지난 3년간 독자생존 노력을 기울여 우량은행 대열에 올랐는 데도 주식시장은 반응이 너무 늦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대구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11%,부실대출비율 5.3% 등 주요 은행경영 지표들이 17개 시중은행 중 상위권을 달린다.

그러나 올 초 1천4백원으로 출발한 대구은행의 주가는 5월말 한때 1천8백원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다시 하락해 16일에는 1천6백25원으로 마감됐다.

특히 이달초 상반기 영업결산 결과 3백18억원의 적자가 난 것으로 발표되자 하락세가 1천5백원대로까지 떨어져 주가 챙기기가 더 급해졌다.

이는 현재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에다 지방은행들에 대한 평가가 차별화되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은행의 주식 끌어올리기는 지난 11일 대구 삼성금융프라자에서 열린 합동기업설명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13일에는 이화언 부행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거 상경해 한국투자신탁 ·연금관리공단 등 기관투자가들을 일일히 방문해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또 이달말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IR활동도 서울에서 펼친다.

이 결과 지난 주에는 아일랜드계 펀드에서 대구은행 주식 1백만주를 한꺼번에 사들여 외국인지분율을 1.1%에서 1.8%로 높이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S증권 애널리스트들이 ‘대구 ·경북지역 점포 점유율이 41%에 달하는 등 서울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어 적정주가가 3천8백20원’이라는 기업분석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대구은행 전략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에게서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제 가치를 받는 것도 고객서비스 중 큰 분야라고 판단,IR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einbau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