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교생, 영'호남 화합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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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고교생들이 영.호남의 화합과 통일의 염원을 안고 3백㎞의 대장정에 나선다.

제주오현고 1.2학년 학생 35명과 이 학교 교사 6명 등 41명은 19일부터 27일까지 8박9일간 부산시청을 출발, 광주시청까지 2백91㎞ 거리를 도보행진한다.

한반도 남단 제주섬 학생들이 동.서간 지역화합을 호소하고 갈라진 남.북이 하나가 되기를 기원하겠다는 것.

이 학교는 이미 지난 1991년부터 1.2학년 희망학생들을 중심으로 국토종단 행사를 벌여왔다. 91년 제주섬 1백96㎞ 일주로부터 시작해 매년 국토의 권역별 도보종단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가 8번째로 지금까지 이 학교 학생들이 걸어간 거리만도 1천3백45㎞.

96년에는 휴전선 1백55마일을 도보행진, 분단의 아픔을 삭였고 97년에는 이국땅인 중국을 경유, 백두산을 등정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휴전선을 제외하고 국토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도보행진만을 벌여왔던 이들이 동.서간 행진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해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영.호남 지역을 잇는 '마음의 다리' 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옛부터 대문이 없어 삼무 (三無) 의 섬으로 불려 온 제주처럼 마음을 터놓는 분위기도 만들 생각이다. 행진중 만나는 영.호남 청소년과 어울림 마당도 계획중이다.

오현고 백광익 (白光益) 교사는 "올해는 판문점을 통해 백두산까지 우리 국토를 따라 도보종단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생들과 의논 끝에 영.호남간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며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또 민족의 아픔도 나누는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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