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 선생 기려 문화재 유품, 땅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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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버지 청강(晴崗) 김영훈(1882~

1974) 선생께서는 국내 한의학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셨습니다. 자식들이 오늘 그 뜻을 이뤄드린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18일 오후 2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 연단에 오른 김기수(85·사진) 전 포르투갈 대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8월 문화재청이 청강 선생의 진료기록부 등 유품 1600여 점 가운데 955점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청강의 유품은 1999년 큰아들인 김 전 대사가 경희대 한의대에 맡긴 것이다. 이번 문화재 등록으로 생활사적, 의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표적 유품인 ‘김영훈 진료기록부’는 1914년부터 74년까지 한국전쟁 기간을 제외한 60년 동안의 방대한 진료 내역과 처방법이 담겨있다.

 이같은 유품을 김 전 대사는 이날 경희대 측에 정식으로 기부했다. 또 한의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경기도 연천군 토지 46만2809㎡(약 14만 평)도 기부했다. 김 전 대사의 아들 김용건(57)씨도 기부에 동참했다. 포스코 캐나다 지사장 인 김씨는 해마다 소정의 연구비를 경희대에 기부하고 있다.

 청강 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이후까지 한국 한의학을 이끌어 온 인물 이다. 1882년 출생한 그는 1904년 고종의 후원으로 설립된 근대적 한의학 교육기관인 동제의학교에 수석 합격해 교수로 선발됐다. 동제의학교가 고종 퇴위와 함께 문을 닫자 1909년 대한의사회 를 만들어 일제강점기 한의학 부흥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서울한의과대학(65년 경희대 한의대로 변경) 명예학장 등을 역임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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