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총회] 막내리는 IOC의 사마란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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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보이콧과 한번의 스캔들, 그리고엄청난 상업주의의 번창' 지난 21년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이끌며 지구촌 올림픽 운동을 주도해온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0) 위원장이 모스크바 총회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80년 모스크바에서 스포츠계의 세계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사마란치 위원장은 자신의 81번째 생일을 맞는 16일 IOC 위원장 선거에서 선출되는 후임자에게 지휘봉을 넘길 예정이다.

사마란치는 장기간 IOC를 이끌어온 공로에 힘입어 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돼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지만 전세계를 누볐던 이전과는 달리 고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1894년 창설된 IOC의 제7대 위원장을 지낸 사마란치는 재임기간 무엇보다도 IOC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스포츠기구로 발전시켰다.

80년 킬라닌 경으로부터 권자를 물려받을 당시 파산상태에 빠졌던 IOC를 88년 서울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시켰다.

85년 올림픽 파트너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수백만달러의 협찬금을 거둬들이도록 만든 사마란치는 방송 중계권에서도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으면서 올림픽을 일약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만들었다.

또한 사마란치는 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거 불참으로 반쪽 대회로 전락하는 등 올림픽이 냉전 이데올르기에 오염되자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양측의 화합을 주도, 세계의 평화유지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사마란치는 99년 IOC의 107년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런 사건으로 기록된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에 휘말려 최대 위기를 맞았다.

솔트레이크시티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IOC 위원을 포함한 수뇌부에 막대한 뇌물을 뿌렸다는 마르크 호들러 위원의 폭로로 불거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은 4명의 IOC 위원이 사임하고 6명은 축출되는 홍역을 겪으면서 도덕성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또한 사마란치는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프로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 막대한 수입 증대와 경기력 향상을 가져왔지만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함께 들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코 독재 정권시절 체육 차관으로 조력했다는 따가운 눈총속에서도 재임기간 내내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그러나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토록 하는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준 바 있어 한국민들에게는 매우 고맙고 친근감을 주는 인사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국제올림픽운동 사상 가장 다사다난했던 임기를 거치며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사마란치 위원장은 이제 역사의 물결속에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올림픽 무대에서 조용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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