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척 노블락과 버니 윌리엄스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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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올스타 브레이크와 더불어 달콤한 3일간의 휴식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의 휴식중에 받아든 전반기 성적표는 각자 같지 않았다.

작년도 월드시리즈의 '패자'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 중 버니 윌리엄스와 척 노블락의 전반기 성적은 그들의 엇갈린 명암을 잘 말해주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었을 때 척 노블락은 야구 인생의 갈림길에 있었다. 99년부터 시작된 고질적인 1루 악송구는 2000년을 지나 스프링캠프에서도 결코 완치되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그 땀으로도 고질병을 치유하지 못했던 것. 그로서는 변화가 필요했고 그의 타격을 높이 산 조 토레 감독의 도움으로 좌익수 변신을 도모했다.

대학 이후 한번도 맡지 않았던 외야였지만 시즌 초반 그의 좌익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비록 포구의 엉성함이 있기는 했지만, 그의 송구는 외야에서 홈으로 정확하게 이어졌고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방망이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불을 뿜었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블락의 방망이는 5월을 기점으로 고개를 숙였고 전반기가 끝난 지금 그는 트레이드를 걱정해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올시즌 버니 윌리엄스는 노블락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시즌이 시작되기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위치타자인 그에게서 문제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년처럼 그는 '브롱스 폭격기'의 핵으로서 변치않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에게 아버지의 와병이라고 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그의 올시즌 출발은 너무도 무거웠다. 곧 이어 아버지는 명을 달리했고, 슬럼프 탈출은 좀처럼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통산 3할대 타격 실력은 결코 좌절을 용납하지 않았고 5월25일 보스턴전에서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24일 경기에서 옛동료였던 데이비드 콘으로부터 2점홈런을 뺐어내었던 윌리엄스는 이날 메이저리그의 투수 지존 페드로 마르티네스로부터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명성을 걸맞는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4월 2할에 그쳤던 그의 타율은 6월한달 4할5푼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올스타브레이크에는 드디어 3할대타율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의 그의 슬럼프는 후반기나 가서야 극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의 불망이로 무색해져버렸다.

이렇듯 출발만큼이나 달랐던 전반기 결말을 맞은 두 선수는 13일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다시 경기장에 나선다. 현재의 위상은 각자 다르지만 최고 선수가 되기위한 그 경연장에 최고로 남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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