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허드슨 '에이스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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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를 8-7이라고 말한 존 F. 케네디는 야구를 모르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피델 카스트로였다면 3-2나 4-3이라는 스코어를 댔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명승부는 손에 땀을 쥐는 투수전이 많았다. '진짜' 투수전은 그냥 점수만 적게 나는 것이 아니라, 에이스들의 호투 속에 그들로부터 어렵게 뽑아낸 점수 한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14일(한국시간)에 있을 박찬호(28 · LA 다저스)의 시즌 스무번째 선발등판경기는 명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팀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선발투수가 팀 허드슨(25)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오히려 5월 31일에 만났던 마이크 햄튼(콜로라도 로키스)보다도 강한 상대다.

허드슨은 메이저리그 2년차였던 지난해, 이미 박찬호의 숙원인 20승을 달성했다. 만 2년만에 거둔 승수가 벌써 40승일 정도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은 9승5패 방어율 3.02를 기록중이다.

특히 허드슨은 어슬레틱스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치열한 지구우승 다툼을 했던 지난해 9월에만 5승(방어율 1.69)을 따냈고,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인상적인 호투를 선보였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직구는 없지만, 스플리터의 날카로움이 돋보인다. 특히 싱커까지 묵직하게 들어오는 날이면 그야말로 '언히터블'에 가깝다.

허드슨은 6월부터 가졌던 8번의 선발등판에서 5승2패 방어율 1.35를 기록했을 정도로 최근의 컨디션이 좋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완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9회에 1실점하며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허드슨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공략해야 한다. 허드슨의 스플리터는 대부분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유인구. 안치고 참아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만약 이 스플리터 유인구만 골라낼 수 있다면, 그는 제풀에 무너질 수도 있다.

시즌 초반 허드슨이 6점대 방어율의 부진을 겪었던 이유는 스플리터의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대타자들이 90마일 초반의 위력 없는 직구를 골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어슬레틱스 타선의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다. 최근 5경기 타율은 .231로 좋지 않지만, 꼭 쳐줘야 할 때 쳐주는 강한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4경기에서 호투하고도 승리를 낚지 못했던 박찬호는 후반기 첫 상대 치고는 너무 강적을 만났다. 그러나 강한 상대를 꺾고 따내는 승리의 기쁨은 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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