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고금리 예금 '보장대상'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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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에서 인정되는 정상 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이자를 받기로 하고 맺은 예금계약은 무효여서 예금보장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민사3부는 13일 파산한 대구의 한 신용협동조합 예금주인 金모씨 등 3명이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2억2천5백만원 예탁금 반환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비슷한 성격의 소송 27건(소송 가액 4백66억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金씨 등이 정상금리(예탁금증서 상 연 11~13%)의 두배 이상 금리를 지급받았고, 폐지된 수기식 예탁금증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사장이 횡령할 의도로 조합 명의를 사용해 예탁금 계약을 체결한 것임을 알았거나, 일반적인 주의만 기울였어도 알수 있었으므로 이 계약은 무효" 라고 밝혔다.

金씨 등은 외환위기 전인 1994~97년 신협 이사장과 월 2%의 이자를 받기로 약정을 하고 돈을 맡겼으나, 이사장의 횡령으로 99년 신협이 문을 닫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에 예금 대지급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예보는 금융기관이 예금상품에 대해 공시한 금리를 월등히 초과하는 금리를 주기로 이면 약속을 한 경우 초과금리는 예금보장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공시된 금리를 훨씬 초과하는 금리 약정의 경우 대부분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배임이나 횡령과 관련돼 있는데도 현행 예금자보호법으론 피해액을 물어줄 수밖에 없다" 며 "예금주들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예금보장제가 예금을 보호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고금리를 따먹자는 생각에서 돈을 맡긴다" 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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