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 꿈꾸는 탄광처녀 분투기…북한서 만든 첫 로맨틱 코미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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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찍은 니컬러스 보너(영국·왼쪽) 감독과 안자 델르망(벨기에) 감독. [연합뉴스]

영국·벨기에·북한 3국 감독이 공동 연출한 북한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가 10일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였다. 평양교예단 곡예사를 꿈꾸는 탄광노동자 영미(한정심)의 유쾌한 도전기다.

 북한 여성판 ‘빌리 엘리어트’라 불리는 이 영화는 북한이 서구자본과 합작해 만든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의 도전, 로맨스가 버무려진 동화 같은 스토리에 북한의 산하와 평양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영화에 이념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산영화제 측은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 초청을 결정했다. 하지만 영미의 동료들이 “영미의 성공은 노동계급의 승리”라며 응원하는 대목은 사회주의 영화의 상투성이 느껴진다.

  영국 감독 니컬러스 보너(51)와 벨기에 감독 안자 델르망(45)을 상영 직후 만났다. 특히 보너는 북한에서 ‘어떤 나라’ ‘천리마 축구단’ ‘푸른 눈의 평양시민’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다. 둘은 “평양영화제에서 만나 극영화를 찍자고 의기투합한 지 6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단순한 오락영화다”라고 입을 모았다.

 -내용이 너무 뚜렷하다. 그래서인지 연기도 작위적인 것 같다.

 “동화 같은 픽션 영화라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영화 속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델르망)

 -북한 당국의 간섭은 없었나.

 “없었다. 정부 쪽과 만날 일도 없었다. 오락영화라는 의도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걸 파워’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기존 북한영화와 많이 다르다.”(델르망)

 “장르가 낯선 탓인지 북한의 어느 제작사도 나서지 않았다. 주인공 나이가 서른이라 스타가 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행히 뜻이 맞는 곳을 만났다. 로맨스 수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긴 했다.”(보너)

 -실제 곡예사를 출연시켰는데.

 “진정성이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정심은 국제대회 우승경력도 있다. 그와 로맨스 라인을 만드는 남성 장필(박충국·24)도 곡예사다. 한정심은 자신의 성장 스토리와 비슷하다며 흔쾌히 캐스팅에 응했다. ”(보너)

 “ ‘북한의 조지 클루니’라 불리는 인민배우 리영호(49)를 촬영하는 장면에서 인파가 몰려 곤란을 겪기도 했다. 다들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찍었다.”(델르망)

 -북한에서 영화를 찍는 이유는.

 “오래 전 북한영화 ‘꽃파는 처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 관광사업, 다큐 제작 등을 하며 북한과 왕래했다. 영화는 가장 좋은 문화교류 방법이다.”(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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