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짜리 국내 여행상품 히트, 돈 쓸 사람들 분명히 있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6박7일 국내 여행을 누가 120만원이나 주고 가겠나.” 여행 전문가들과 한국관광공사도 이렇게 말렸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국내 고급 여행상품을 기획해 성공시킨 인물이 있다. 하나투어 허성욱(37·사진) 내나라여행팀장이다. 그는 23일 “이렇게 비싼 국내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 돈을 더 쓰고 싶어 하는 고급 소비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시작한 이 고급 국내 상품 ‘내나라여행’을 지금까지 내국인 2만2700여 명이 다녀왔다. 지난해 7000명 수준이던 국내 이용객은 올 7월 벌써 7000명을 넘어섰다. 동남아 관광도 30만원대 상품이 나와 있는 판에 그보다 네 배의 비용을 주고서라도 국내 여행을 편안히 수준 있게 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손님들은 주로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돈을 벌 만큼 벌었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국내에서 돈을 쓰고 싶어 한다. “그동안 해외여행도 할 만큼 한 이들이다. 식사가 입에 맞지 않고 언어도 낯선 외국보다 이제 국내 구석구석을 즐기고 싶다는 손님이 많았다”고 허 팀장은 전했다.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특1급 호텔과 지역 맛집을 엄선한 식사,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쉽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열악한 지방의 서비스산업 수준과 마인드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조차 서비스와 시설이 엉망인 곳이 많다”고 허 팀장은 털어놓는다. 한 예로 전남 해남의 한 한정식집은 전직 대통령도 자주 온다고 소문이 자자한 맛집이었지만 출입구에 쓰다 만 목장갑과 청소도구가 널려 있었다. 순천의 또 다른 지역 명소 식당은 화장실이 너무 오래되고 불편해 하나투어가 수리비용까지 일부 지원해 줄 테니 고치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자연 관광자원 외에는 볼거리나 체험거리가 부족하다는 콘텐트 부재도 문제다. 허 팀장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설명을 곁들여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체험 프로그램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지방 민간단체가 하는 향주머니 만들기 체험은 한방이나 체질에 관한 설명 없이 약재와 주머니만 나눠 주고 20분 진행한 뒤 끝내는 식이다. 잘된다고 소문난 체험 프로그램마저 주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것이어서 중장년층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허 팀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버스 한 대당 지원금을 대주는 식의 단편적인 지원 말고 체험 프로그램 이나 볼거리 개발에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경호(팀장)·최지영·김영훈·김준술·장정훈·한애란·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