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원이 ‘열’ 불러놓고 없던 일로 한 코미디 한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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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바둑TV 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16일의 ‘비디오 판독 사건’을 놓고 많은 프로기사는 “‘열’을 부르면 바둑은 끝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포스코LED의 홍성지 선수와 신안천일염 이호범 선수의 대결에서 계시원이 이호범의 착수에 ‘열’을 불렀다. 사실상 ‘시간패’를 선언한 것. 그 후의 전개 과정은 코미디에 가깝다. 계시원이 “내가 열을 너무 빨리 부른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대국 재개 의사를 물은 것은 문득 올림픽 펜싱 경기 때 ‘1초’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해설자나 담당 PD조차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우왕좌왕 끝에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고 ‘열’이 빨랐다는 판단 아래 대국이 재개돼 이호범이 승리했다. 신안의 4대1 승리. 포스코는 비록 지더라도 3대2로 져야 포스트시즌의 기회가 있었기에 이 1패는 실로 뼈아팠다.

 이번 사건은 언젠가 터지고 말 사건이었다. 선수들은 여덟이나 아홉에서 착수한다. 제아무리 단련됐다 하더라도 너무 위태롭다. 계시원이 차마 열을 부르지 못할 거란 마음도 분명 존재한다. 어차피 기계가 아닌 사람이 초를 읽어야 한다면 조금 빨랐다 하더라도 ‘열’을 부르는 순간 바둑은 끝나야 한다. 선수들은 팬들을 애태우지 말고 최소한 37초나 38초쯤에서 착수하는 게 맞다. 또 대회 운영이 너무 미숙해 혼란을 자초했다. 바둑TV를 포함한 운영본부 는 18일 팬들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를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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