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막후 채널 ‘의원연맹’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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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일 통화스와프, ‘간 나오토 담화’, 독도 주변 해양조사선 충돌 위기 등 굵직한 양국 간 현안의 막후 조역은 한·일의원연맹(일본에선 일·한의원연맹)이었다. 여·야가 바뀌더라도 양국 정부 간 공식 채널이 막힐 때마다 이 채널은 해결사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독도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데 양국의 의원연맹은 현재 ‘개점 휴업’ 상태다. 당장 한국 측 한·일의원연맹은 19대 국회 출범 이후 새 회장단을 아직 뽑지 못하고 있다. 연맹 측은 3일 “전임 회장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총선 불출마에 이어 구속된 데다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있어 회장단을 구성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권당 중진의원이 회장을 맡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193명의 소속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낙천 혹은 낙선해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맹 관계자는 “독도 갈등 해소방안 등을 논의할 의원 채널은 현재 ‘올 스톱’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972년 연맹 결성 이후 매년 양국 간을 오가며 개최됐던 의원연맹 총회도 올해는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9년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이후 일본 측 회장도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에서 민주당의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중의원 부의장으로 교체됐지만 영향력이나 네트워크의 깊이 면에서 예전 같지 않다. 이미 다가올 총선에서 불출마 의사를 밝힌 모리 전 총리는 2일 TV에 출연, “(일·한의원연맹을 포함해) 많은 의원연맹의 회장이 민주당 인사로 바뀌었지만 이름뿐이다. 네트워크는 거의 없어졌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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