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차이 정반대 판결 … 한국 판사 3명, 미국은 시민배심원 9명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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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루 차이로 선고가 내려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침해 맞소송에서 미국과 한국 법원이 사실상 서로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세 명의 판사가, 미국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9명의 배심원단이 ‘결정자’였다. 이런 결과는 양국 사법제도의 차이에도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형사재판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grand jury)과 특허나 손해배상 재판에서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소배심(petit jury) 제도를 운영한다.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되는 한국의 배심원 제도가 형사소송에만 적용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특허법을 전공한 법무법인 세종의 황성돈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소송 종류에 관계없이 배심원 제도가 헌법상 원고의 권리로 돼 있다”며 “실제 특허소송 중 99%가 배심원 제도를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배심원 제도의 특징은 일반 시민의 상식적 기준으로 판결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특허소송의 경우 배심원들이 법리해석을 잘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법리가 아닌 애국심 등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법원에서의 삼성 측 소송 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는 “(미국 법원의 판결 결과를 보니) 복잡한 기술적 내용을 배심원들이 이해했을까 의문이 든다”며 “앞으로 일본·독일·호주 법원에서 연이어 나올 재판 결과를 보면 미국 배심 재판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원 평결은 판사의 심리를 거쳐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간혹 배심원 평결을 판사가 완전히 뒤집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 블랙베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과 엠포메이션(Mformation)의 특허소송에서는 배심원들이 림이 1억472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으나 담당 판사는 이를 뒤집고 림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오랜 소송 경험으로 도안이나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이 특허로 인정받는 미국 제도와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지적재산권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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