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이종걸 "'박근혜 그년' 표현 약하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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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여야 주자들 8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변에서 열린 ‘제13회 한국농업경영인 전국대회’에 참석한 대선 주자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 손학규·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 박준영·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 [여주=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를 ‘그년’이라고 표현했던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8일 라디오 BBS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잘못을 발견했을 때) ‘아 내가 잘못했습니다. 이걸(그년) 그녀는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했어야 옳았던 것 같은데, ‘에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겠다’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 뒤 사회자와의 문답은 이랬다.

 - 그러셨나. 그때 조금 실수 하셨다.

 “근데 뭐, 사실 제가 어딘지 모르게 실수를 했었지만. 그 말, 그거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아이고, 참.

 “제가 왠지 그때는 ‘그녀는’을 ‘그년’이란 말로 그냥 고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하나의 실수가 제 내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방송 출연을 마친 이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그 표현이 약하다. 더 세게 하지’ ‘이종걸이 너무 무르다’라는 말씀을 해준 분들도 많았다”며 “그래서 오늘을 계기로 다음번부터 박근혜 후보의 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하루하루 말씀드리고 전할까 한다. 국민들께서 제보해주시고 알려주시면 고맙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장사를 한)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썼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이 지난 7일 ‘그년’을 ‘그녀는’으로 정정했었다. 그러면서 “듣기에 불편했던 분들께는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감 표명 하루 뒤 이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과 공개회의에서 이렇게 말한 뒤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로부터 ‘미루기 DNA’를 물려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 살해하려던 사건에 대해 밑에서 단독으로 저질렀던 행동이라고 변명했다. 새누리당 공천장사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자세는 판박이다”라고 주장했다. “책임을 회피하고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도마뱀 정치”라고도 했다.

 이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동안 다른 최고위원들은 듣기만 했다. 이 최고위원의 말이 끝난 뒤 우상호·장하나 최고위원 등이 발언에 나섰으나 그의 말을 받거나 동조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올 한 해 유독 말로 화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틀째 이 최고위원 발언을 공격했다. 김옥이 여성위원장은 “모든 여성당원은 개탄을 금치 못하며 이종걸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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