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야유 얼룩진 응당법 설명회, "지금 장난하십니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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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응급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3일 앞두고 설명회를 열었지만 여전히 애매한 기준만을 내놨다가 참석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복지부와 병협은 2일, 전 진료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배치하고 당직의사 요청 시 전문의가 직접진료를 보도록 하는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이 갖는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한 이 자리는 외려 참석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지금 장난하느냐"는 항의목소리가 빗발쳤다.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각각 면허정지와 과태료를 처분하는 규제가 포함된만큼 병원과 의사로서는 세부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했지만 복지부와 병협은 "의료를 무 자르듯 할순 없지않냐. 병원의 사정에 맞도록 하면된다. 그러나 법에서 말하는 건 지켜야 한다"는 두루뭉실한 설명으로 일관했다.

▲과별 당직전문의 명단, 게시는 하되 실제운영은 병원 마음대로?
5일부터 실시되는 응급실 비상진료체계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개설 된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두어야한다. 그리고 이들의 명단을 응급실 내부에 게시하며 당직전문의를 운영하는 진료과목은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

이에 설명회에서는 "치과전문의나 병리과 전문의도 당직을 서야하는 것이냐"며 "진료과목에 1명밖에 없는 전문의는 365일, 24시간동안 낮에는 외래보고 밤에는 당직전문의로서 항상 대기상태에 있어야 하는거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병협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치과전문의의 경우 매번 당직서는 경우는 흔치않을 것 같지만 이름은 올려놔야한다. 전문의가 한명만 있는 경우라면 각 의료기관 사정에 맞게 융통적으로 운영될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질문자는 "너무 애매한 것 아니냐. 개설 된 전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둬야한다는 이유로 전문의 1명만 있는 과는 매일 당직의 명단에 올려야하는거냐. 앞으로 많은 소송에도 얽힐 것 같은데 명확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법이 있어도 의료기관이 할수 있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해석하라고하면 설명회는 뭐하러 하냐. 이러다가 나중에 의료기관과 의사에게만 뒤집어 씌우는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정은경 과장은 "진료보조과도 전부 당직전문의를 서는 문제는 보완책을 검토하려 한다"며 "진료과에 한명만 있는 과더라도 법적으로 해석을 내리면 해야된다는 게 답인데 일단 운영하면서 보완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당장 내일모레 시행하라고 해놓고 명확한 해석도 없이 어떡하라는거냐" "이제와서 검토해 본다는 게 말이되냐" "문제점을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설명회를 들은 한 참석자는 "이미 보도자료에서 다 본 내용인데 똑같은 설명만 되풀이하더라"며 "이런 설명은 필요없다. 애매한 기준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당직전문의 직접진료두고 해석도 제각각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 의사가 당직전문의에게 진료를 요청할 경우 당직전문의는 직접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이에대해 한 참석자는 "당직의사가 전문의를 불렀는데 전문의가 오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를 보면 안되는거냐"고 질의했다. 이와함께 "당직의사가 전화로 환자상태를 설명하고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문제가 해결되면 직접 환자를 진료보러 오지 않아도 되는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정은경 과장은 "전문의가 오기전까지 당직의사가 진료를 하는 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며 "자문을 구하는 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그럼 과거제도와 바뀌는 게 없다. 인턴이 레지던트와 상의해서 해결되면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의견말고 명확한 해석을 내려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응급환자의 입원결정과 관련한 애매한 기준도 지적됐다.

정은경 과장은 "응급실에서 입원결정이 나온 경우라면 그 순간부터는 병동의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전문의는 "그렇다면 입원결정을 먼저 내린다음 전화로 진료사항을 지시한다면 직접 진료를 안봐도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혼란만 가중되는 대답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설명회를 뭐하러 하는거냐, 지금 사람 모아놓고 장난하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법에서 정한 기준만 잘 지키면 된다"며 같은말만 반복했고,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오늘 제기된 질문들에 대해 답을 내려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당장 5일부터 시행해야 하는데 답답할 뿐"이라며 허탈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설명회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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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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