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벌떼 습격이다!" … 빅리그 콜드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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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6회 초 수비를 나온 다이아몬드백스 유격수 세르지오 산토스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벌떼를 쫓고 있다. [투산 AP=연합]

벌떼가 야구경기를 중단시켰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영화 '스웜'을 연상시키는 벌떼의 습격 장면이 연출된 것.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일렉트릭 파크. 5회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로키스 선발투수 대런 올리버 쪽으로 벌떼가 날아들었다. 올리버는 더그아웃과 마운드를 몇 차례 오가며 벌떼를 피해봤지만 허사였다.

벌떼를 유혹한 건 올리버가 머리에 바른 헤어젤이었다. 코코넛 오일이 함유돼 달콤한 향기가 나는 헤어젤에 벌떼가 꼬인 것. 올리버는 로키스가 1-3으로 뒤지던 5회 투아웃 상황에서 "야구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며 마운드에서 도망쳤다.

구원투수 앨런 심슨이 올리버 대신 마운드에 올라 벌떼를 뚫고 5회말을 끝냈다. 하지만 6회초 다이아몬드백스 수비 차례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벌떼가 아예 경기장을 장악한 것. 다이아몬드백스 선수들은 벌떼를 피해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결국 주심은 속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애리조나의 콜드게임 승리를 선언했다. 다행히 이날 출전선수와 8000여 관중 가운데 벌에 쏘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일렉트릭 파크에서는 2년 전에도 경기 도중 벌떼의 침공이 있었으나 당시엔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속개됐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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