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문 문자 받은 적 없어” 현기환 전 의원 탈당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5일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이 당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돈 공천 파문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은 당의 자진 탈당 권유에 불응하고 있다. 3억원의 ‘중간전달책’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기문씨가 당일(3월 15일) 행적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의혹이 불어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현 전 의원은 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진실 규명이 당을 위한 최선의 길이지 탈당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면 (국민들이) ‘무슨 문제가 있구나, 기존 정치인들이 안 받았다 하고는 다 받아먹더니 이번에도 그런 거구나’ 할까 걱정”이라면서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을 챙긴다는 정당이 당원 하나 책임지지 못한다면…”이라며 탈당을 권하는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본지와 통화에서 3월 15일 조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밝힌 현 전 의원은 “당일 문자 기록을 보니 그런 연락을 받은 게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제 의견은 안 듣고 그 사람(조씨)의 진술만 일방적으로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2008년 이후 현 전 의원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데 대해선 “행사장 등에서 지나치듯 만났을 순 있지만 일부러 별도의 용건을 가지고 만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현영희 의원 측도 “출당이면 몰라도 자진 탈당하라는 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자진해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강제로 출당되면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현 의원 측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탈당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3일 당 지도부가 자진 탈당을 권유했음에도 두 사람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당 핵심 관계자는 5일 “진위 여부를 떠나 대선을 앞두고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 본인들의 결단이 없다면 당에서 출당을 염두에 두고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조속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당 윤리위(위원장 경대수) 관계자는 “이번 주 윤리위가 소집될 것”이라며 “출당을 포함한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