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남긴 피 한 방울 … 6년 전 절도행각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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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소시효 만료를 10개월 앞둔 절도범 일당이 범행 현장에 흘린 ‘피 한 방울’ 때문에 전원 경찰에 붙잡혔다. DNA 검사를 통해 6년 전 저지른 특수절도 사건이 발각돼서였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2006년 6월 경기도 평택시의 게임장 환전소의 유리창과 방범창살을 망치로 부수고 침입해 현금 27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신모(26)씨 등 4명을 검거해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씨 등 2명이 범행을 저지르는 사이 오락실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모(40)씨 등 공범 2명은 업주 김모(55)씨에게 “커피나 마시러 가자”며 자리를 비우도록 유인했다. 미리 준비한 가방에 현금을 옮겨 담던 이들은 범행 도중 다른 종업원에게 현장을 들키자 가방만 챙겨 도주했다.

 경찰은 현장감식 당시 유리창을 깨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피의자의 혈흔 한 방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해당 유전자를 보관했다.

 감쪽같던 이들의 범행은 신씨가 지난 5월 자신이 거주하던 강북구 미아동의 한 고시원 옆방에 사는 A씨(23)의 몸을 더듬다 강제추행 혐의로 강북서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들통났다.

 신씨의 동의를 얻어 채취한 구강상피세포 유전자를 국과수에 보냈더니 6년 전 절도 현장에서 채취한 혈흔의 유전자와 동일인의 것으로 나왔던 것이다. 경찰은 DNA 조사결과를 근거로, 풀어줬던 신씨를 탐문수사해 다시 붙잡고 공범 3명도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은 자신의 범죄를 잊고 살다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덜미를 잡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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