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자금 수사하고 대통령은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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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측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자금’이라고 밝혔다. 1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6억원에 대해 “대선 경선을 위한 필요 자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파이시티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상 대선자금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최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최 위원장은 발언을 번복했다. 그러던 최 위원장이 법정에서 다시 진술을 뒤집어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돈을 받은 전후 사정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최 위원장이 받은 돈은 대선을 앞둔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경선이든 본선이든 불법 대선자금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젠 검찰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차례다. 최 전 위원장에 이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대선 당시 최측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등이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대선자금이란 의혹은 계속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증거와 단서가 있다면 수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이미 드러난 단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관행적으로 만연해온 대선자금은 정치권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탄받아 왔다.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런 불법자금이 살포됐을 것이란 추측은 난무했다. 이번엔 불법자금 수사 대상이 현직 대통령이란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법을 보고 수사를 회피해선 안 된다.

 이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선자금이라면 대통령이 몰랐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돈을 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돈이 불법이었다면 당연히 그 돈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