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교체 잦은 산자부 인력이탈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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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사무관급 이상 고급 인력의 퇴직이 잇따라 고심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정종옥 서기관이 국제특허법률사무소인 동원으로, 장사범 서기관과 김정수 사무관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멕킨지와 베인&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산자부에서 1999년 하반기부터 사무관급 이상 직원 20명이 공직을 떠났다. 같은 기간 재정경제부에서 13명, 정보통신부에서 8명이 민간으로 직장을 옮겼다.

산자부에선 특히 고위직까지 퇴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재경부의 퇴직자가 모두 사무관.서기관급인데 비해 산자부에선 3급 이상이 6명(관리관 1명.이사관 2명.부이사관 3명)에 이른다.

떠난 직원들 대부분이 능력을 인정받던 터라 산자부로선 더욱 아쉬워하고 있다. 올해 떠난 장서기관은 미국 인디애나대(경제학)에서, 지난해 서강대 교수로 간 안세영 부이사관은 프랑스 파리대(경제학)에서, 99년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 교수로 간 이창양 서기관은 미국 하버드대(행정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정서기관은 변리사, 김사무관은 회계사, 김&장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안완기.이진환 서기관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고, 컨설팅 회사인 브즈알렌&해밀턴으로 간 심승택 사무관은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산자부 L과장은 "97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기업정책의 중심축이 금융권으로 넘어가면서 산자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위상도 떨어짐에 따라 공직에 미련을 두지 않고 기회가 닿으면 떠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 말했다.

여기에 99년 하반기부터 벤처 열풍이 불면서 상대적으로 업체와 접촉할 기회가 많은 산자부 간부들이 스카우트 대상으로 부상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퇴직자 중 8명이 벤처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한 과장급 퇴직자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솔직히 말해 업무에 대한 회의가 커진 것도 작용했다" 며 "최근 장관이 자주 바뀌면서 새로운 조직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갑갑해 할 동료나 후배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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