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흔들리자 유럽까지 '전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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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둔화세가 유럽으로 파급되고 있다. 유럽 경제는 최근 제조업 부문에서 위축조짐이 나타나면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3% 안팎)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기둔화 가시화〓독일 경제연구기관인 IFO는 21일 향후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산업신뢰지수가 지난달 2.6포인트 하락한(전달 대비)94.9를 기록, 19개월만에 최저였다고 밝혔다.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감소 등을 감안, 올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2%로 낮출 방침이다.

또 유럽연합(EU)통계청도 이날 유로 12개국의 지난 1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1.9% 감소, 3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 금융시장도 불안〓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얼마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유로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

유로화는 유로경제에서 32%의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경기전망이 어둡게 나타나면서 21일 유로당 0.89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6일에는 0.8914달러까지 밀려 최근 3개월간 최저를 기록했었다.

또 뉴욕증시 폭락에 영향받아 21일 런던증시의 FTSE 100지수는 1.8%(1백6포인트)떨어진 5, 540.7로 밀려 2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지수도 2.7%(1백 60포인트)하락한 5, 622로 16개월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 금리인하 가능성〓그동안 금리인하를 반대해 온 ECB의 빔 뒤젠베르그 총재는 21일 한 강연회에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유럽에 예상보다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 밝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ECB는 최근 시장의 인하요구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2.6%)이 목표치(2.0%)를 웃돈다는 이유로 금리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ECB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4.75%로 유지해 오고 있다.

김준술 기자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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