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정구속된 인터넷 비방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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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원이 최근 인터넷 비방 글에 대해 강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곽윤경 판사는 6일 가수 타블로와 관련된 의혹을 증폭시킨 인터넷 활동을 벌였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 9명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 중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3명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또 반성하고 사과한 6명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날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나경원 후보에 대해 비속어를 사용하며 비방하는 댓글을 올린 네티즌 3명에 대해 각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타진요’는 2년 전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한 네티즌의 의혹 제기로 시작돼 수많은 회원이 가입하며 함께 의혹을 증폭시킨 대표적인 ‘인터넷 마녀사냥’ 사건이다. 그사이 본인과 대학당국이 졸업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언론매체들이 스탠퍼드대까지 가서 사실을 확인 보도하는가 하면, 대검찰청과 법원이 세금을 써가며 관련 의혹의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터넷 마녀사냥 참여자 상당수가 이런 객관적 증거마저 믿지 않는 단계에 이르는 심각한 ‘온라인 병리현상’을 보인다. 이들은 여전히 ‘타진요2’를 개설해 활동 중이다. 이번에 법정구속된 피고인들은 법원과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도 위조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곽 판사는 “객관적 증거도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한다면 내가 나라는 사실조차 증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경계했다.

 ‘타진요’와 같은 폭력적이고 극단적 여론몰이와 마녀사냥, 욕설 비방 댓글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다. 인터넷이 국내에 정착하는 단계에서 마치 ‘언론의 해방구’처럼 인식되며, 네티즌들은 욕설마저 ‘표현의 자유’인 양 누려 왔다. 또 인신공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일삼는 사이비 언론들이 인터넷에 둥지를 틀면서 인터넷 문화는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사이비 매체의 게시물을 게재해 주는 포털의 경우 공격적인 게시물에 대해 신고하더라도 해당 매체와 자체 해결하라는 식의 방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그릇된 문화가 활개를 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은 그동안 견제받지 않는 ‘사이버 괴물’로 자라온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21조4항),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때는 제한(37조2항)될 수 있는 권리다. 오프라인에서는 통하는 이 권리와 의무가 그동안 온라인 세상에서는 무시당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은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에 관여한다. 이런 점에서 사법기관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불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처단하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