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대우차, GM행보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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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유별났던 지난 겨울도 바짝 다가선 봄기운에 밀려나는 모습이다.

나라 안팎에서도 '봄맞이성' 경제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 씻어내듯, 해묵은 과제를 다시 보고 대안을 찾는 일련의 흐름이 그것이다.

일본의 곤경이 좋은 예다. 지난주 외신 경제뉴스의 초점은 단연 미국보다 일본이었다. 모든 지표가 흔들리면서 일본 내부에서조차 이러다 정말 망하는 게 아니냐는 '재난이론' 이 번져가는 상황이다. 재무장관이 5조달러를 넘어선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시인하더니 주말에는 긴급 경제대책까지 나왔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은 일본이 이제 위기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고, 더 늦기 전에 구조개혁 등 근본 대책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의 탈출구를 찾아 몸부림치고 있는 일본은행이 이번주 공금리를 다시 낮춰 제로금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의 새 출발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국면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訪美)에서도 희망의 흔적은 있다. 특히 지난 주말 DJ와 잭 스미스 제너럴 모터스(GM)회장의 시카고 회동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인 대우자동차의 향방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대우차 처리가 가부간에 속도를 낼 전망인 만큼 이번주 이후 GM의 행보를 주목해 볼 만하다.

국내에서도 봄맞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기준이나 성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주초에 금융지주회사가 설립주총을 거쳐 진용을 갖추게 되는 것을 비롯, 주요 은행들의 주총이 주중에 열린다. 국내 금융산업에 첫선을 보이는 지주회사의 조직과 진로는 주총을 거쳐 골격이 잡힐 것이다. 역시 주중에 예정된 한국전력의 주총도 민영화작업의 진전과 직결돼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주 최대 사건은 동아건설의 청산결정과 삼성의 후계체제 표면화였다. 한때 10대 그룹의 일원이던 동아건설은 끝내 간판을 내리게 됐다. 항고 절차가 남아 있으나 번복 기대는 어렵다. 그보다는 후속대책이 문제다. 특히 정부가 리비아 공사 대행을 맡기려는 대한통운이 주초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주말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를 삼성전자 상무보로 발령을 냈다.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재용씨의 등장은 삼성의 후계체제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역시 지난 주말에 전격 발표된 채권단의 현대건설.전자.석유화학 추가지원 결정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것도 묵은 숙제를 털어내고 새 출발하려는 시도일까. 동아건설의 냉정한 청산결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과연 채권단의 '현대 사랑' 을 어떻게 봐줄 것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손병수 산업부장 sohn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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