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치러질 통합진보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옛 당권파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경기도당 선거인단에서 또다시 ‘유령 당원’이 대거 발견됐다. 선거인명부엔 올라 있으면서도 주소지나 연락처가 불분명한 정체 불명의 ‘수상한 당원’ 160여 명이 확인된 것이다.
이 중 61명은 같은 주소지에 적을 두고 있어 비당권파 측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중화요리집’이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경선 당시 유령 당원을 동원해 부정경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옛 당권파 측이 당 대표 선출에서도 같은 부정을 되풀이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송재영 후보가 선거인단 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송 후보는 21일 “선거를 앞두고 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1차 선거인 명부를 받았는데 한 집에 60명, 30명씩 살고 있는 사례가 나와 총 160명의 유령 당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통합진보당 경선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각 시·도당 위원장을 함께 뽑는다. 선거인단이 당 대표, 최고위원,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하는 데 모두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송 후보의 상대는 옛 당권파 측 핵심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진 5·12 중앙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주도한 안동섭 현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비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에 착수하자 두 의원이 이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시당에서 당적을 옮겼던 곳이 안 위원장이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당이다.
송 후보 측에 따르면 160여 명의 유령 당원은 모두 성남시에서 발견됐다. 주소지 ‘중원구 중동 26XX’에 당원 61명이, ‘수정구 수진동 46XX-X’에 31명이, ‘중원구 금광1동 6XX’에 31명이 사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성남시는 옛 당권파의 중심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 중 하나다. 송 후보는 “해당 주소지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당원 61명이 사는 곳은 중화요리집이었고 31명이 사는 두 곳은 각각 도서관이나 가게였다”고 전했다.
비당권파 측은 옛 당권파가 위장전입·집단 주소지 이전 등의 수법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예전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옛 당권파는 선거 때마다 한 집에 20~30명씩 위장전입을 시키는가 하면 주소지를 옮겨놓곤 했다”며 “이를 문제 삼으면 ‘실제 그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우기곤 했었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이후에도 이런 일이 여전하다는 건 투명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옛 당권파의) 불감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동섭 후보는 “당원 명부는 중앙당에서 선관위 기준에 따라 일괄 정리한 것이고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원보·류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