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 돈벌이 겸직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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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대 국회의원들의 겸직 실태가 공개됐다. 300명 의원 중 94명이 겸직을 신고했으며, 그중에서도 25명은 겸직으로 돈을 버는 투잡(Two Job) 의원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의 허점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겸직을 통해 별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돈벌이 자체를 죄악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겸업의 부작용이 문제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근본적인 취지는 본업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이기에 민의를 반영한 입법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모든 공무원에 대한 ‘직무 전념 의무’도 마찬가지다. 공복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본업에 충실하라는 요구다. 일반 공무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부여 받아, 그에 걸맞은 권한과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에게 직무 전념 의무는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겸직 금지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부정비리 탓이다. 겸직할 경우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권 개입이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부도덕한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변호사 겸직이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개인기업 대표나 각종 이익단체 임원 등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자신의 기업이나 소속 집단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편파적인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사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대표가 아니다.

 겸직 금지에 대한 현행 규정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지 대상도 모호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근거가 없다. 관련법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마침 새누리당에서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8대 국회처럼 법안만 내놓고 외면함으로써 개정을 무산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든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돈벌이와 무관한 명예·봉사직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겸직 내용과 외부 수입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고, 신고 내용을 검증하고, 문제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