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감 "의상실 가고 싶다" 먼저 말 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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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경

임혜경(64) 부산시교육감이 옷을 선물한 유치원 원장에게 “의상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임 교육감이 원장들의 권유로 광주광역시 의상실까지 따라갔다가 옷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임 교육감은 부산지역 대형 유치원 원장 2명과 광주로 가기 한 달 전쯤인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식당에서 유치원 원장 B씨(65)와 우연히 만났다. 임 교육감은 인사를 나누던 중 정장 차림의 B씨에게 “옷이 참 예쁘네요.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었다. B씨가 광주에 있는 ‘드맹’ 의상실에서 구입했다고 말하자 임 교육감은 “나도 이름은 들어봤다. 한번 꼭 가보고 싶었다”고 맞장구를 쳤다는 것이다. 임 교육감은 곧바로 약속을 잡자는 B씨의 말에 “시간 날 때 한번 가자”고 여지를 남긴 뒤 헤어졌다. ‘부산 교육감 옷로비 사건’이 시작된 순간이다.

 이후 B씨가 A씨(63)에게 연락해 광주행 날짜를 지난해 4월 16일로 잡은 뒤 각자 승용차를 타고 드맹 의상실로 갔다. 이 의상실에서 A·B씨는 각자 카드로 원피스와 재킷 등 옷 3벌(180만원 상당)을 결제한 뒤 임 교육감에게 건넸다. 하지만 임 교육감은 처음엔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세 사람이 의상실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의상실 직원이 유치원 원장 승용차에 임 교육감에게 건넬 옷 3벌을 넣어뒀다. 이날 저녁 부산시 해운대구 교육감 관사에 도착하자 A씨가 자신의 차에서 옷 3벌을 꺼내 임 교육감에게 넘겨줬다.

 임 교육감은 “처음부터 옷을 사러 간 건 아니었다”면서 “ 구경 삼아 갔다가 어쩔 수 없이 옷까지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 외에 임 교육감이 다른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인과 가족들의 계좌를 추적할 계획이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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