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 1년반… 연구비는 일부 교수 판공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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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한국(BK.Brain Korea) 21'' 사업이 시행 1년6개월을 맞으면서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석.박사 양성을 위해 지원되는 연구비를 일부 대학에서 ''눈먼 돈'' 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심각하다.

''학생 개인의 은행계좌로 입금 또는 학비감면 형태로 지원해야 하며 개인의 통장이나 도장을 일괄 관리하거나 학생들에게서 일정금액을 회수하는 행위는 절대 할 수 없다'' .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제46조) 이다.

그 경우 ''관련 교수와 사업단을 언론에 공표하고 평가시 불이익을 준다'' 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교수들이 돈을 멋대로 나눠주거나, 학문적 목적과 무관한 해외여행에 유용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 함부로 쓰는 연구비=K대 박사 A씨(29) . BK21 박사후 과정생(Post-Doc) 으로 등록, 지난해 말까지 10개월간 매달 1백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 유학준비에 바빠 연구실에 나온 것은 1주일에 한번꼴도 안 됐다" 며 "교수님이 알아서 (지원금 배당을) 해주셨다" 고 털어놓았다.

경상도 K대 공대 1학년 J군(20) .이 학과가 BK21 지역대학 육성 부문에 선정돼 학부생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원했었다. 하지만 지난 학기 지급된 장학금 액수는 기대보다 크게 적었다.

지침대로라면 매달 2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돼 있지만 J군이 지난 2학기 동안 받은 돈은 학기 초에 한번 받은 24만원이 전부.

J군이 속한 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교수는 "그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 며 "학생들의 어학연수.학원수강료 등으로 썼다" 고 말했다.

지역대학 육성 분야에 선정된 또다른 K대의 경우 교수와 학생 20여명이 4천여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지난해 여름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13일 중 8일을 단순견학과 관광으로 채웠다가 교육부의 실사에서 적발됐다.

◇ 나눠먹기 담합=S대 B교수는 소속 대학원생 명의로 10여개의 통장을 만들어 자신이 관리하고 있다.

이 계좌로 대학본부에서 입금하는 지원금이 들어오면 지원대상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적당히 돈을 나눠준다.

사업단 내에서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전체 대학원생 정원의 최대 70%까지만 지원금을 주게 한 교육부의 지침이 무시된 것.

수도권 K대 D교수의 연구실 조교 9명도 BK21 지원금이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전액 D교수의 통장으로 송금한다.

D교수가 먼저 "연구실 전체가 나눠 쓰자" 고 제의한 탓이다.

이런 이유가 영향을 준 듯 일부 대학 주변 유흥가는 호황이다.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 C씨(26) 는 "지난해부터 학교 주변 신림동 녹두거리의 상인들 사이엔 ''BK특수'' 라는 말이 나돈다" 고 말했다.

◇ 교수들도 "문제 있다"=한나라당 김정숙(金貞淑) 의원이 전국의 대학교수 1백82명(BK21 사업 참여 1백6명.비참여 76명) 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수들도 BK21 사업비 집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BK21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55.9%가 ''그렇지 않다'' 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28.5%였다.

''지원된 연구비가 부적절히 배분되고 있는가'' 는 질문에 ''그렇다'' 는 응답이 57.4%로 절반을 넘었다.

''그렇지 않다'' 는 의견은 27.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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