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금 '멋대로' 못쓴다

중앙일보

입력

199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텐트 수출업체 P사는 공모자금 25억원을 수익증권과 선물환에 투자했다가 19억원을 날렸다.

지난해 3월 코스닥에 등록한 자동차 부품업체 A사도 60억원을 공개모집한 뒤 이 돈을 수익증권에 투자했다가 17억원을 손해봤다.

P사와 A사는 공모 때 '운용자금 마련용' '연구개발용' 으로 쓰겠다며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돈놀이' 로 날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이런 기업들은 주식 등 유가증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거나 과징금을 5억원까지 물리는 등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주식을 공개모집할 때 자금용도를 정확히 명기하는 것은 물론 기재한 자금용도에 맞게 썼는지를 일일이 대조해 투자자들의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당장 이달부터 사업.반기.분기보고서를 내는 기업들부터 자금의 사용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공시한 내용대로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임원 해임 권고까지 하는 등 제재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우선 일반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공모자금부터 엉뚱한 곳으로 새지 못하도록 한 뒤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채권 공모자금까지 이런 조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시설투자나 빚을 갚는다며 투자자의 돈을 모아 대주주의 주식투자 밑천으로 사용하는 사례 등이 많다" 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의 돈 빼돌리기를 엄중 차단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증권시장이 99년 등록기업 중 공모금액이 2백억원을 넘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공모자금으로 주식.수익증권 등 '돈놀이' 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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