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40대男, K9 시운전 하다 '깜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아우디가 개발 중인 레이저 후방 안개등. 짙은 안개가 낀 도로에서 뒤차 운전자에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하다. 레이저빔은 안개 속에서도 식별이 가능해 정차시 후방에 세워두는 삼각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사진 아우디코리아]
기아차가 국내에서 처음 장착한 ‘어댑티브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사진 기아차]

운전기사 조광호(가명·45)씨는 지난달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K9을 시운전하며 깜짝 놀랐다. 조명이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돼 핸들로 따로 조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기아차가 K9에 국내 최초로 적용한 ‘어댑티브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기능 덕분이다.

조씨는 “조명 조작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마주 오는 차가 없을 때는 저절로 가장 밝아져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도 안전운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조명이 똑똑해졌다. 운전자가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로 환경을 인지해 밝기·범위 등을 조절한다. K9은 국산차 중 똑똑한 조명기술의 선두주자다. 헤드램프의 ‘눈썹’ 부분인 상향등에는 간접조명 방식의 LED를, 그 아래 전조등에는 ‘16개의 살아있는 눈’인 직접조명 방식의 LED를 적용했다. 이렇게 많은 LED 전구가 핸들 방향과 차량 기울기의 변화에 맞춰 조명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또 차량의 속도를 인지해 시내·일반·고속의 3가지 모드 중 하나로 바꿔준다. 기아차 측은 “유럽의 프리미엄 세단에만 적용되던 전면 LED 조명을 국내 최초로 K9에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알아서 껐다 켜지는 야간 조명=각 메이커가 앞다퉈 야간조명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야간운전 시 자동으로 조명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드라이빙 빔(ADB)’ 기술을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인 ‘NS4’에 탑재된 이 기술은 앞차의 미등이나 맞은편 차량의 헤드램프를 카메라로 인지한 후 차량의 하이빔이 닿지 않도록 조명 일부를 차단한다.

폴크스바겐의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는 룸미러에 달린 카메라가 마주 오는 차량이나 주변의 불빛을 감지하면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의 조도와 각도를 조절해준다. 사진 왼쪽은 상향등과 하향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가 들어간 ‘NS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사진 폴크스바겐·도요타]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K9의 ‘하이빔 어시스트(HBA)’ 기능도 인상적이다. 차량 전면 유리에 장착된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해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면 상향등을 끄고, 지나가면 다시 켜는 방식이다. 폴크스바겐 페이톤에 장착된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도 비슷한 기술이다. 운전자가 시속 60㎞ 이상의 속도로 주행 시 주변이 일정 수준 이하로 어두워지면 상향등이 자동으로 켜지며, 반대차선에서 오는 차를 감지하면 알아서 상향등의 밝기를 약하게 조절한다. 재규어 XJ 신형의 제논 헤드램프에도 비슷한 기능의 ‘인텔리전트 하이 빔 시스템’이 들어 있다.

 ◇뒤 차량 배려하는 후미등 기술=아우디는 ‘지능적 후미등’ 기술을 개발해 궂은 날씨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차량이 알아서 후미등의 채도를 높이도록 했다. 비·안개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뒤 차량이 앞차에 바짝 붙어 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뒤 차량의 운전자들은 멀리서도 쉽게 더 또렷해진 후미등을 볼 수 있다.

 차량 후방의 안개등에 레이저를 적용한 ‘레이저 후방 안개등’도 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 차량 뒤편에 빨간 삼각형의 빛을 만들어 쉽게 시야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안개등에 장착된 레이저 빔이 대기 속 물방울과 충돌해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눈이 부시지 않는 레이저 빔 기술이라 뒤 차량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운전 방향 알려주는 ‘OLED’=아우디는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를 사용해 조명기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OLED는 반도체 성질을 지닌 LED와 달리 좀 더 부드러운 유기 소재가 전기 자극을 받아 빛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0.001㎜의 얇은 두께로 만들 수 있고, 마음대로 구부리는 게 가능해 차량 외부 전체를 장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후방에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를 표현할 수 있다.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작동시켰을 때 물고기 떼가 차량의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앞쪽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차량 속도가 빨라지면 물고기 떼도 점점 빠르게 움직이면서 주변 운전자들이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게 하는데, 결과적으로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진 섭씨 80도까지의 온도에 견딜 수 있어 당장 상용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