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유해물질 폐로 갈 확률, 실외 오염물질의 100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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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환경이 건강을 좀먹고 있다. 천식·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폐질환 같은 만성 난치병이 늘고 있다. 환경 개선이 곧 건강을 찾는 지름길인 셈이다. 최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01년부터 10년간 6018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을 운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후원으로 ‘건강, 환경 개선에 답이 있다’를 연재한다. 첫 번째 주제는 ‘실내공기 질 개선’이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은 천연 공기정화기다. 포름알데하이드·미세먼지·라돈·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중앙포토]

실내공기 오염으로 연 280만 명 사망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염된 실내공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연간 280만 명이 사망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내 공기에는 수많은 유해물질이 있다. 화학접착제와 합성수지로 만든 건축자재, 복사기 등 사무기기, 주방기구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유해물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포름알데히드·미세먼지·석면·이산화탄소·오존·이산화질소·라돈 등 10여 가지다. 실내 오염물질이 폐에 전달될 위험은 실외 오염물질보다 10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이온 방출하는 식물은 천연 공기 청정기

식물의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 제거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건국대 환경학과 손기철(건국대 생명과학부총장) 교수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진행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내의 50%를 식물로 채우면 세균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손기철 교수는 “실내 오염물질은 양이온이고, 식물이 증산작용으로 배출하는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식물 속에 함유된 화학 물질)은 음이온”이라며 “두 물질이 만나 중화되면서 공기를 청정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내 면적 대비 2~5%의 식물을 배치하면 공기 속 유기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하철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시 평균의 세 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지하철 역사에 생태공원을 꾸미면 공기질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환경과학기술원은 녹화시스템 개발 기법으로 지하철 역사에 녹지를 마련했다. 현재 생태공원을 꾸민 곳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노들역이다.

 공기 정화 기능이 높은 삐쭉이나무·산호수·파초일엽 등 상록수로 약 43㎡(13평)를 꾸몄다. 한국환경과학기술원의 지원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방광자 명예교수는 “지하철 역사 내 녹지율이 10~30%일 때 반경 20m 지역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포름알데하이드 농도가 160~430ppm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높으면 두통·현기증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2000ppm이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한다. 두통·권태·현기증·불쾌감을 부른다.

 대처법은 환기뿐이다. 그렇다고 마냥 문을 열어 놓을 순 없다. 최근 간단한 기계로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환기 시점을 알 수 있는 기계가 나왔다. 이산화탄소 센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연구 주관기관인 시오스와 함께 개발했다.

 센서의 창에는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표시된다. 1000ppm 이상이면 빨간 불이 들어와 공기 환기 시점을 알려준다. 가정용과 공공시설용 두 가지가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성과확산실 이종현 실장은 “학교·도서관·병원 같은 공공시설에 설치하면 실내 공기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밤새 바닥재나 벽에서 방출된 오염물질을 내보내기 위해선 오전에 환기하는 게 좋다. 대로변에 위치하거나 공업지역 주택은 대기가 안정된 저녁 이후에도 환기한다. 숯 같은 활성탄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존 흡착력이 좋다.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진행한 대규모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다. 환경산업(ET)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이 사업으로 이산화탄소 감지 센서,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등 국내외에 3542개의 환경 관련 특허를 등록·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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