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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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발생 지역 쇠고기와 혈분(血粉.가축사료용) 등 부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이후에도 광우병 발생국인 네덜란드산 소의 혈분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근 광우병이 발생한 프랑스와 독일산 소 혈분도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기 전인 지난해에 다량 수입됐다.

30일 농림부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네덜란드산 소 혈분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번에 걸쳐 20t, 20t, 6t씩 모두 46t이 수입통관됐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산 쇠고기와 부산물에 대해서는 97년 3월부터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또 최근 광우병이 발생한 프랑스산과 독일산 소.돼지 혼합 혈분 등 1백31t이 지난해에 일곱차례 수입됐고, 99년에도 독일산 소.돼지 혼합 혈분 66t이 들어왔다.

사후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독일산 쇠고기 및 그 부산물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30일에야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등을 먹을 경우 걸리는 이른바 인간 광우병(vCJD.변종 CJD)은 잠복기가 5~10년이나 되고 일단 발병해 13개월쯤 지나면 사망한다.

인간 광우병에 걸리면 뇌의 이상으로 치매.우울증.근육마비.방향감각 상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된 사람이 없다. 광우병에 걸린 소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혈분 등 광우병에 걸린 소의 혈액성분이 인간 광우병을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계 의학계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치매증세를 보여 서울S병원.N병원에 입원한 뒤 현재 통원치료 중인 30세 환자가 국내 첫 인간 광우병 환자로 의심받고 있다.

한림대 의대 김용선(金龍善.미생물학)교수는 "광우병과 무관하지만 증세가 비슷한 일반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환자의 평균나이가 65세인 데 비해 이 환자의 나이가 훨씬 어려 vCJD를 의심했으나 환자 가족들이 반대해 조직 생체검사 등 정밀검사를 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vCJD는 국내에서 매년 40명 가량 발생하는 CJD와 달리 평균연령 29세에서 주로 발생한다.

실제로 유럽지역 외에 30대가 vCJD 환자로 의심되기는 이 사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번째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광우병.vCJD의 발생 건수가 없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가 길어 수입금지 조치 이전에 수입된 영국산 소 골분 등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파악되지 않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광우병 발생국에서 장기 체류한 사람들에 대한 별도 관리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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