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일 맞은 증권가 '썰렁']

중앙일보

입력

새천년 첫해의 증시를 마감하는 26일 여의도 증권가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등 양대증시는 물론 주요 증권사 모두 외부에 알릴만한 폐장행사를 거의 잡지 않은 채 조용하게 폐장일을 보냈다.

사상최대의 호황을 구가한 지난해 근래 보기드문 화려한 폐장행사로 한해를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의 초라함을 그대로 알 수있다.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참석하에 폐장식을 가졌던 증권거래소는 올해 아무런 공식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 또 `대학살'의 한해를 보낸 코스닥 시장도 행사가 없기는 마찬가지.

'특별히 기념할만한 일이 없지 않느냐'는 증권거래소 직원의 말은 올해 증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전해준다.

개장일에 `1000 포인트' 시대를 개막했지만 결국 500선을 오가는 신세가 되어버린 거래소시장, `6분의 1' 토막만을 부여잡고 50선 버티기에 안간힘을 쓰는 코스닥시장을 생각하면 '조용히 올해를 보내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고 이 직원은 말했다.

삼성, 현대, LG, 대우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납회일과 관련된 공식행사를 대부분 잡지 않았다. 대신 강당이나 회의실에서 간단하게 직원들만의 다과회를 갖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만 대신증권의 경우 영업부 객장에서 보도사진 촬영을 위해 주문지를 뿌리는 폐장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을 뿐 각 증권사마다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해 고객들에게 호가지와 떡을 나눠주면서 새해에도 `건승'을 기원하던 풍경과는 사뭇 대비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대폭락의 여파로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폐장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특히 올 하반기는 증권사들에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대시장과 증권사들은 썰렁한 폐장일과는 달리 내년 1월2일 개장일에는 비교적 `활기찬' 행사를 통해 재도약의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거래소시장은 2일 오전 거래소 신관로비에서 하례모임을 가진데 이어 증권시장 플로어에서 개장신호식을 열 계획이다. 이 신호식에는 재경부장관, 금감위위원장 등외부 주요인사들과 증권사 주요간부 등 900명의 내외인사들이 참석한다.

또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초 활황장을 상징하는 황소를 등장시켜 새출발의 결의를 다지는 `대동제'를 함께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우탁.임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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