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태클’에 발목 잡힌 수출 … 불황형 흑자 지속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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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있는 벤처 창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열린다. 1일 정부는 대중에게 소액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24가지 추진 과제를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톱’으로 한국 경제를 끌어온 수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며 슬럼프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4.7% 줄어든 463억 달러, 수입은 0.2% 감소한 441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흑자는 22억 달러로 석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같이 쪼그라들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수출이 줄어든 직접적 원인은 지난달 총선으로 생긴 휴일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수출할 수 있는 영업 일수가 하루가량 줄었다.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수출액이 20억 달러가량이니 만만치 않은 변수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수출이 부쩍 탄력을 잃은 건 사실이다. 게다가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근본적 이유는 ▶유럽의 재정위기 지속 ▶중국의 수출 위축 ▶일본 엔화의 약세 전환이라는 ‘삼각 태클’이다. 유럽으로의 수출이 부진한 건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여파가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두 자릿수(14.8%)였던 대(對)중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1월 -2.4% ▶2월 9.7% ▶3월-4.1% ▶4월 1.7%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중국이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중간재 수출도 함께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 한진현 무역투자실장은 “올 들어 중국의 대(對)유럽연합(EU) 수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산된다”면서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마이너스로 가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출 5950억 달러, 무역흑자 250억 달러로 잡은 올 정부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실장은 “전망치 수정은 상반기 말에 검토하겠지만 연초 예상치보다는 다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기댈 곳은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정도다.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은 ▶2월 47,3% ▶3월27.7% ▶4월 5.6%로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22.0%)·섬유(17.2%) 등 관세 혜택을 많이 받는 품목이 선방하고 있다.

  ◆물가는 ‘정책 처방’ 약효=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2%대에 머물렀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5% 올랐다. 3월(2.6%)보다 상승률이 더 낮아진 것으로, 2010년 7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다. 2%대 물가상승률은 예견된 것이었다. 3월부터 무상보육·무상급식이 본격화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조제약 가격이 12.6%나 떨어졌다. 정책효과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도 보탬이 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4월 18일 최고치(L당 2063원)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서민생활에 밀접한 집세(4.8%)나 전기·수도·가스비(5.8%)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중·고등학생의 학원비(4.5%)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기획재정부 성창훈 물가정책과장은 “전반적으로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요금과 가공식품에서 인상 압력이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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