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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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는 2년 반의 공백 기간 동안 음악 공부에 매달렸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꽃’을 작사·작곡했고, ‘영화처럼’을 작사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곡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 올해 고작 서른이지만 인생의 양극단을 경험했다. 데뷔곡 ‘오늘밤 일’(2005)로 얼굴을 알린 뒤 ‘유혹의 소나타’(2007)로 순식간에 이효리를 위협하는 섹시 여가수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그 해 전 남자친구의 협박 사건 등이 터지며 추락했다. 2009년 강렬한 댄스곡 ‘터치 미’로 돌아왔으나 대중의 외면을 겪었다. 이어 소속사를 상대로 한 전속계약 해지 소송까지…. 최근에야 법정 분쟁을 마무리한 아이비가 새 둥지를 틀고 발라드로 채운 미니앨범 ‘인터뷰’로 돌아왔다. 23일 만난 아이비는 상기돼 있었다.

 - 2년 반 만의 컴백이다.

 “팬들도 기다렸겠지만, 저도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소송이란 긴 터널을 지나서 기적처럼 만들어진 앨범이다. 순조롭게 잘 진행돼 방송에서 들려드릴 기회가 많을 것 같다.”

 - 그 동안 뭘 했나.

 “곡도 받고, 개인적인 음악 준비도 많이 했다. 자작곡 ‘꽃’을 처음으로 앨범에 넣었다. 또 여행도 많이 다니고, 블로그도 운영했다.”

 아이비는 블로그에 화장품 추천, 일상의 재미난 얘기 등을 전달한다. 내숭 없는 모습에 “아이비 의외로 웃긴 애네”라는 친근한 말도 듣게 됐다.

 - 앨범 제목이 ‘인터뷰’인데.

 “내 아이디어다. 내 얘기들을 노래로 전하고 싶었다. 내가 만든 곡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곡도 작곡가와 많이 얘기를 나눴다. 내 얘기라 보시면 된다.

 그가 그간 겪었을 마음 고생이 노랫말 군데군데 녹아있다. 타이틀곡 ‘찢긴 가슴’은 아이비의 애절한 보컬이 두드러진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그 찢긴 가슴을 또 움켜쥐고서/나 어떻게 살아가 그 고통 넌 몰라…’. 자작곡 ‘꽃’은 아이비 자신을 꽃에 비유해 의인화한 노래. ‘난 알아 곧 끝이 날 겨울/고갤 들어 피어 오를 봄날…’.

 아이비는 “이번 곡이 잘돼 많은 사랑을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다시 활동하는 것에 의미가 더 크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오래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 아직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

 “원망하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사랑과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는데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연예인으로서 좀 더 신중하고 조심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 은퇴 고민도 했을 것 같다.

 “두 번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원하지 않게 너무 트러블메이커가 돼 대중에 부정적 인식을 많이 심어줬다.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내가 벗어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 모든 스트레스·어려움보다 노래하고 싶은 마음,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아이비는 최근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6월부터 무대에 선다. 하반기엔 사람들이 기대하는 댄스곡도 다시 선보일 계획.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슬픈 눈의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미워하더라도, 노래는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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