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후 당내에서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잡음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박 위원장은 19일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만약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그리고 이번 총선 때 두 번에 걸쳐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고 한 번만 기회를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다”며 “우리 당이 민생과 관련 없는 일로 분열하거나, 과거를 망각하고 다시 정쟁을 하면 정권 재창출로 가기 전에 국민들이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옐로카드를 내민 대상은 1차적으로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해 전날 탈당회견 번복 소동을 일으킨 문대성 당선인으로 보인다. 문 당선인의 입장 번복으로 새누리당이 더욱 곤혹스럽게 됐을 뿐 아니라 문 당선인이 박 위원장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자세까지 보이자 단호히 선을 그은 것이란 분석이다. 문 당선인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걸림돌’이란 표현까지 쓴 이상 출당 등의 고단위 대응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아예 사퇴를 시켜야지 그냥 출당시켜서 무소속으로 4년을 가게 되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일부 측근이 ‘박근혜 대세론’이나 ‘대선 경선 무용론’ 등을 섣불리 제기하는 바람에 비박(非朴)계의 반발을 야기한 점에 대한 불만도 담겼다는 관측이 많다.
박 위원장은 현 국면을 빨리 매듭짓고 ‘민생 모드’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공천위 국민배심원단과 오찬 자리에서도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 야권 대선 후보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그는 “상대 후보가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 저는 말 바꾸기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선거기간 유세하면서 약속했던 국민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는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총선 후 불거진 잡음에 대한 책임은 박 위원장 본인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 핵심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명박계는 대거 탈락시켰으면서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인은 박근혜계라는 이유로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김정하·손국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