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속았나, 만우절 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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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이사회는 4월 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참석한 가운데 유로존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교황은 ‘유로화를 구해달라’고 신께 기도할 예정이다.”

 29일 로이터통신이 전한 ‘만우절(萬愚節) 기사’다.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거짓말로 주위 사람을 놀리는 날이다. 그 뿌리에 대해선 추측이 분분하다. 로마의 힐라리아 축제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이란의 명절 시즈다 베다르가 원형이라는 설도 있다. 16세기 말 유럽에서 역법(曆法)이 바뀔 때, 새해 첫날을 혼동한 사람들을 놀린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그럴 듯하다. 공통점은 셋 다 춘분(春分)과 관련 있다는 점이다. 힐라리아·시즈다 베다르는 춘분맞이 축제였고, 중세 유럽의 역법이 바뀐 건 기독교 부활절(춘분 후 첫 만월 다음에 오는 일요일)의 기준인 춘분 날짜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이 무렵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만우절 장난의 ‘원조’라는 말도 있다. 3월 중순에 성급히 파종을 했다가 꽃샘추위에 땅을 치는 초짜 농부를 ‘4월의 바보(April Fool)’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다 풀린 듯하던 서울 날씨가 만우절에 다시 0도로 떨어진다. 1972년 영하 4.3도까지 떨어진 기록도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놀림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만우절이라고 경찰서·소방서에 장난 전화를 거는 것도 금물. 거짓신고 땐 경범죄로 처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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