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00> 총선 판세 여론조사 4전4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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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19대 총선이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정당 관계자와 여론조사 전문가 등이 제각기 판세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소야대가 확실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측은 예측일 뿐 실제 결과와 다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수많은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던 방송사 출구조사 예측도 총선에선 4전 4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4회 총선 예측과 실제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예측대로 잘 나오지 않았더군요.

15대 총선: 전화로 첫 투표자 조사, 39곳 예측 틀려

18대 총선때 면접원이 서울 경문고등학교 앞에서 출구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19대 총선에선 방송 3사가 전 지역구 출구조사를 실시해 저녁 6시 일제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15대 총선 지지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이회창-박찬종씨의 신한국당 입당, 장학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거액 수뢰 사건 순이었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상태였지만, 거대 여당의 위세는 여전했습니다. 여당인 신한국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됐고, 첫선을 보인 방송사 투표자 조사 결과도 175석으로 보도됐습니다. ‘투표자 조사’란 투표를 마치고 집에 있는 유권자에게 전화로 “누구를 찍었는지” 묻는 방식을 말합니다. ‘유사 출구조사(Pseudo Exit Poll)’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개표 결과 신한국당 의석은 전국구를 포함해 155석이었습니다. 방송사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은 5개 조사기관이 253개 지역구를 나눠 조사했는데, 투표자 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다른 곳이 모두 39곳에 달했습니다. 총선 예측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란 교훈을 얻은 셈이죠. 전화조사 자체의 부실 진행 가능성, 대규모 조사로 인한 혼란과 시행착오, 오차범위를 벗어난 곳까지 포함한 단정적 1위 보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유사 출구조사 대신 투표소 앞에서 방금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를 대상으로 “누구를 찍었는지” 묻는 방식의 제대로 된 출구조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때 생겼고요.

16대 총선: 다수당 예측되던 민주당, 한나라당에 밀려

16대 총선은 김대중 정부의 호남 편중 인사로 인한 영남권 유권자의 불만,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 추진 발표,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등이 주요 이슈였습니다. 여당에 불리한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방송사 출구조사 역시 지역구를 기준으로 민주당이 과반에 가까운 110석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보도했지요. 총선 사상 처음 실시된 출구조사는 227개 지역구 중 79개(MBC) 혹은 77개(KBS/SBS)를 대상으로 했고, 나머지 지역구는 사전에 실시된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과가 예측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표 결과가 예측을 빗나갔습니다. 1000표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15곳 중 13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112석을 얻어 다수당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96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오차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1위 후보 중심으로 단정적 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해 비난과 함께 ‘못 믿을 여론조사’란 조롱이 쏟아졌고, 결국 총선 다음 날 방송사들은 1당 예측이 빗나간 것에 대해 사과 방송까지 내보내야 했습니다. 야심 차게 시도된 첫 번째 출구조사였는데 말입니다.

17대 총선: 통계구간 너무 넓어 ‘의미 없는 정보’ 평가

전화 여론조사를 하는모습. 15대 총선에서 방송4사는 처음으로 5개 여론조사기관들을 통해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선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심지어 선거 초반엔 최소 150석에서 최대 200석 가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역시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시 독자 조사로 의욕을 보인 MBC는 155~171석, KBS와 함께 조사를 실시한 SBS는 157~182석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는 152석 대 121석. 선거 막판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열린우리당이 겨우 과반을 넘겼고, 천막 당사에서 고군분투한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이 예상보다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송 3사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당별 예상 의석수의 최대치와 최소치, 즉 구간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 구간을 벗어났습니다. 정당별 의석 순위를 맞춘 KBS는 너무 폭넓게 예측치(142~188석) 구간을 설정해 의미 없는 정보였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출구조사 거리 제한이 투표소로부터 300m에서 100m로 크게 줄었고, 16대 총선 때 80개에 그쳤던 출구조사 선거구를 120개로 늘렸기 때문에 기대를 가졌던 방송사들은 또다시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30~40개가량의 초경합 지역과 고연령층의 응답 회피는 이번에도 예측 혼선의 단골 원인으로 간주됐습니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170석 보도 → 153석 그쳐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18대 총선에선 너도나도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선거 당일 실시된 방송 3사와 YTN 출구조사 예측에서도 최소 예측치가 154석을 넘었고, 예측 범위 중간값(Median) 기준으로 한나라당이 170석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표가 진행되면서 실제 의석수는 예측과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을 겨우 넘겼고 민주당은 81석을 얻었습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은 맞혔지만 예측 구간을 벗어났고, 결국 15대 총선 이후 네 번 연속 여당 의석수를 과대 추정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표 참조> 충청권에서 자유선진당 후보의 선전, 영남권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의 돌풍, 그리고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 예측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비례대표 예측에서 매우 큰 오차가 발생했는데, SBS는 한나라당의 득표율을 실제보다 10.5%포인트, KBS-MBC는 12.8%포인트 높게 예측한 반면, 상대적으로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득표율을 과소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대와 마찬가지로 구간 예측 실패가 되풀이되자 방송사 일각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놓고도 네 번씩이나 틀린 총선 예측조사를 앞으로 계속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19대 총선은 맞힐 수 있을까?

246곳 전 지역구서 출구조사 … 초박빙 많을 땐 20곳 이상 당선자 뒤바뀔 듯

초경합 지역이 30~40군데에 달하고 지역별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총선 예측은 여론조사의 방법론과 정확성 측면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험대입니다. 그래서 정당별 당선자 수의 예측 구간을 최대한 넓게 잡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 제작 책임자의 문책이 따르기도 했고요.

16대(2000년) 이래 방송사의 총선 예측은 ‘전화 여론조사+출구조사’ 병행 방식이었습니다. 사전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구별 경합도를 측정하고, 경합도가 높은 지역구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해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이죠. 문제는 경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구, 즉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서만 최종 결과를 예측한 곳에서도 오류가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246곳 전 지역구 대상 출구조사입니다. 사전 전화 여론조사는 아예 실시하지 않는 대신 막대한 인력과 비용(무려 70억원에 달한다고 들었습니다)을 투입해 출구조사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보인 방식입니다. 어쨌든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력이 가장 높은 방식이 출구조사이니까요.

그러나 출구조사에 모든 것을 거는 이런 방식에 대해선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오차범위 내 조사 결과가 많을 경우, 다시 말해 초박빙 지역이 늘어날 경우 기존의 ‘전화 여론조사+출구조사’ 방식과 비슷하거나 더 못한 예측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1~2위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5%포인트 이내로 나와 예측 결과가 거꾸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16대 때 53개, 17대 때 44개, 18대 때 57개에 달했습니다. 친여 혹은 친야 무소속 후보가 선전을 펼칠 경우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5%포인트 이내의 경합 지역이 과거 총선만큼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이들 선거구의 절반을 맞힌다고 해도 20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당선자 예측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응답 거절과 거짓 응답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여당 편향이 나타났던 전화 여론조사와 비교해 출구조사도 어떤 방향으로든 편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보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 예측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출구조사가 여론조사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19대 총선에선 출구조사 예측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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