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열린 '스크린쿼터'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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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중문화 미디어연구회(회장 김덕룡.金德龍)는 8일 오후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여야 의원 및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1세기 영상문화 발전과 스크린쿼터제'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의 '스크린쿼터 축소' 시사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촉구 결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앞서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이사장 문성근)는 지난해 1월 국회 문화관광위의 결의안을 이끌어낸 바 있다. 원용진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심포지엄은 심광현 국립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와 김준기 연세대 교수 등의 발제와 명필름 이은 제작자, 이창동 감독, 문성근 이사장, 유동훈 영화인협회 이사장권한대행 등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김덕룡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실상 106일로 줄어든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단 하루라도 줄어들 경우 한국영화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통일외교통상위의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촉구 결의안을 이끌어내겠다"고 국회차원의 뒷받침을 약속했다.

이어 심광현 교수는 발제에서 "스크린쿼터문제로 투자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외자 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스크린쿼터제가 유지돼도 한국영화는 질적인 면에서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면서 '스크린쿼터가 외자유치에 걸림돌이며, 한국영화의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통상교섭본부의 논리를 반박했다.

심교수는 또 "스크린쿼터 없이 골리앗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WTO정신에 위배되는 '자유롭지만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김준기 교수는 "자유 시장 원칙같은 기존의 경제 원리는 국가 안보, 환경, 농업과 같은 특수 영역들처럼 문화생산품에 적용될 수 없다"면서 "스크린쿼터제의 목적은 외국 문화상품의 수입 및 상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생존력있는 예술매체를 보존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창동 감독 등도 "영화는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집적체'이기 때문에 스크린쿼터문제는 경제논리가 아닌 문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가세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박명환(朴明煥)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최재승(崔在昇) 문화 관광위원장 등을 비롯해 여야의원 20여명과 임권택 감독, 유길촌 영화진흥위원장 등 영화단체 및 시민단체 관계자 1백여명이 참가했으며, 영화 배우로는 김여진, 김윤진,설경구, 송강호, 이경영, 이혜은 씨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연합)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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