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이 한물갔다고?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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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글과컴퓨터의 이홍구 사장이 11일 한컴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에 갔더니 아랍권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와 ‘아랍어로 사용 가능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신시장은 열린다는 걸 새삼 느꼈다.”

 국내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이홍구(55) 사장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에 직접 다녀왔다. 한국IBM과 HP 같은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0년 한컴에 합류한 이 사장은 해외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MWC에 한컴 부스를 마련하고 해외 바이어들을 만난 것은 앞으로 해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1일 만난 이 사장은 “올해는 본격적인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올해 회사 전체 매출 중 16%인 100억원가량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90년 설립된 한컴은 오피스 프로그램인 ‘

글’을 무기로 꾸준한 성장을 일궜지만 ‘내수용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사장이 합류한 뒤에는 해외시장에 공을 들인다. 그는 “철저히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일본처럼 잘 살펴보면 우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많은 시장이 해외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트 역할을 하는 한컴의 ‘한쇼’는 출시 2개월 만에 수출로 10만 카피를 판매했다. 한컴은 또 최근 오피스 제품인 ‘씽크프리 서버’를 유럽 최대 포털인 1&1과 지멘스 본사에 공급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클라우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모바일 분야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인 ‘씽크프리 모바일’는 구글의 전략적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에 기본 탑재돼 전 세계에 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컴은 이미 애플 아이폰 등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 기기용 오피스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MS의 윈도폰에서도 돌아가는 제품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일찌감치 해외와 모바일에 눈을 돌린 덕에 내수시장 침체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한컴은 지난해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80% 늘어났다. 올해는 643억원 매출에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컴이 국제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데에는 철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바탕이 됐다. 최근 새로 채용한 인력(50여 명)의 대부분은 연구관련 인력이다. 지난해 7월 회사가 서울 광장동 테크노마트 건물에 입주해 있을 당시, 이 회사 직원 중 일부는 ‘건물이 상하로 흔들리니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데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할 만큼 연구개발에 집중한 일화는 업계에 유명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유독 국내산 오피스 프로그램에 인색한 대기업들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면 테스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외국산 오피스 프로그램만 찾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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