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글러스 영화에선 "탐욕은 좋은 것" 이라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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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월가의 악명 높은 금융인 고든 게코(Gordon Gekko)가 돌아왔다. 하지만 ‘탐욕의 화신’인 그가 이번에는 탐욕은 나쁜 것이고,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코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7년 작품인 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뉴욕 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월가의 내부자거래 관련 범죄 근절에 주력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가 게코를 연기한 마이클 더글러스(사진)를 새로운 증권 거래 범죄 방지 캠페인의 모델로 기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맨해튼 트럼프 호텔에서 촬영된 1분짜리 공익광고 영상은 이날부터 CNBC와 블룸버그 텔레비전 등을 통해 전파를 탔다. 영화 속의 게코처럼 말끔히 빗어 넘긴 머리를 하고 등장한 더글러스는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좋아 보이는 거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의심하는 대로 사실이 아닌 것”이라며 “영화는 픽션이었지만, 영화에서 묘사한 문제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극중 게코는 악랄한 기업 사냥꾼이다. 내부자 거래 등으로 거금을 챙기려다 몰락한다. 영화 속 그의 대사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은 지금도 명대사로 꼽힌다.

 FBI는 “위험한 선을 걸으며 유혹받고 있는 이들을 단념시키는 것이 이번 공익광고의 목표”라며 “탐욕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게코가 캠페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FBI는 공익광고가 내부고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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