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보러 갔다 첫입에 반한 대구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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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29면

겨울 동해바다는 맛있는 별미로 가득 차 있다. 생선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을 늘려 맛이 고소해지고, 산란기를 맞아 영양분을 잔뜩 끌어모아 맛도 풍부해졌다. 차가운 수온에 육질이 탱탱해진 게·조개류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게 대구회다.

나와 대구: 주영욱 마크로밀 코리아 대표

대구회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대구는 보통 탕으로 끓여 먹지 회로 먹는 것은 서울에서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편리한 교통 때문에 전국의 별미들이 서울로 몰려들기는 하지만 아직도 특정 지방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많다. 대구회가 그중 하나다. 언젠가 주문진에 갔다가 처음 맛을 보고 반했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겨울철에 더 멋있는 동해바다를 한ㅍ번 보고 싶기도 하고, 대구회 생각도 나고 해서 주말에 길을 떠났다. ‘3등 완행열차를 타고 고래 잡으러’ 가던 시절에는 밤새워 가던 먼 길이었겠지만 요즘은 길이 좋아져서 세 시간이면 동해바다에 갈 수 있다. 진부령을 넘어가면서 태백산맥 겨울 설경도 덤으로 구경하고 나니 탁 트인 짙푸른 동해바다가 나를 반겼다.

대구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산란철이어서 가장 맛이 좋단다. 살이 무르고 바다에서 올라오면 금방 죽기 때문에 회로 먹으려면 갓 잡아온 항구에서 활어일 때 먹을 수밖에 없다. 바닷가 횟집 이층에서 대구회와 마주 앉았다. 투명한 듯 뽀얀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역시 기억했던 특별한 맛이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약간 무르지만 차가운 겨울바다 기운이 서려 있어 거부감이 안 든다.

신경림 시인은 ‘동해바다’라는 시에서 동해바다를 보며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지기를 바랐다. 시인의 감수성을 따라갈 수야 없겠지만 그때만큼은 내 마음도 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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